[뉴스분석] 남북 고위급회담 물꼬 텄지만..한·미관계는 이상기류

김예진 2018. 1.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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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두고 온도차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의 물꼬가 터진 가운데 한·미 간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신년사 평가 △고위급회담의 성격과 논의 방향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 분명해진 북한의 통남봉미(通南封美) 노선이 한·미 관계를 이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4일 김 위원장 신년사에 대해 “청와대는 신년사가 나오자마자 환영한다는 반응을 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뭘 환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에는 ‘핵 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을 해서 미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소리(VOA)방송과 대담에서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한·미를 멀어지게 만들려는 단순한 접근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서울사이버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 강연에서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펼쳐 많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보지만, 제가 보기에 이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며 안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하며 주변국들의 마찰을 일으키기를 꾀할 수 있다”고 대북 공조 균열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산 상봉 희망 메시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직원이 4일 서울 중구 소파로 적십자사에 전시된 이산가족상봉 희망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남북이 논의를 시작한 당국회담과 관련해서도 입장차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한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이끌어내겠다는 2단계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논의가 북핵 관련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일단 저희는 북한의 올림픽 참석 문제를 위주로 논의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최대의 안보 현안이기 때문에 남북만의 채널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거론이 한·미·중 간의 대북 공조를 흔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다”며 “평창에 온다는 대외적인 메시지에는 우리가 적극 호응해야 한다 하는 틀에서 환영하고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김 위원장 신년사 발표 → 정부의 9일 고위급회담 개최 제안 → 북한의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발표가 숨 가쁘게 진행되는 국면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3일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 신년사와 남북 고위급회담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을 의미 있는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밝혔다. 
康 외교, 美 대사대리 만나 남북 문제 설명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부터)이 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방문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접촉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접촉이 필요하고 앞으로 남북 간 대화로도 이어지겠지만,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한·미)의 공동 노력과 나뉘어 진행될 수는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남북 간 대화통로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문에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지만 평창보다 핵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이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및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과의 공동 접견에서 남북대화와 북핵 대응 노력의 동시 진행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은 한국이 북한을 좀 더 밀어붙였으면 하는 분위기인데 한국이 이렇게(남북대화) 나오니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가 중요한데 그때 핵 문제와 (남북문제를) 분리해서 뭔가 해보려고 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안 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김민서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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