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김태리가 꿈꾸는 배우 [인터뷰]

이채윤 2018. 1. 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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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태리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태리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1500대 1. 높은 경쟁률을 뚫은 위력은 강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하녀 숙희 역을 따낸 배우 김태리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사이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파격적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충무로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는 차기작으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를 선택해 평범한 87학번 대학생 연희로 돌아왔다.

풋풋하고 당찬 연희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좋아하고, 녹음이 맘대로 되지 않는 고물 카세트 라디오가 짜증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영화 속 유일한 허구의 인물이지만, 지금의 관객들을 1987년을 살아갔던 이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의 한 가운데로 데려간다.

실제로 만난 그는 '1987' 속 당찬 연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연희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시나리오 봤을 때 넋을 놓고 봤을 정도로 몰입감과 속도감이 좋았고, 정말 좋은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어 감독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 이후 오디션을 보고 출연이 결정됐는데 그 당시에는 부담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연희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많이 힘들고 부담스러웠어요."

시대극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그는 왜 캐릭터 앞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됐을까. "김윤석 선배님이 쇼트트랙에 비교해서 말씀하셨어요. 선배님이 이끌어 온 힘을 연희는 극 중후반부터 등장해서 이끌어야 하는데, 구조상 연희의 본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바로 복잡한 사건 속, 슬픔 속 감정의 소용돌이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좀 부족했어요. 특히 많은 감정신들을 해야 하니까 소화하기가 벅찼던 것 같아요."

'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실화에 생동감을 덧붙여 1987년을 살아온 이들이 겪었을 감정의 파도를 손에 잡힐 듯 따라간다. 특히 연희는 보편적인 시민을 대변하며 그 당시 1987년의 상황을 바라보게 만든다.

"연희는 보다 보통의 사람으로 다가가야 했기 때문에 연희의 가족 이야기, 연희의 개인사, 연희가 바라보는 상황 등은 내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연기했고, 또 역사 공부도 따로 했어요. 공부하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가 참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정치 권력이 이 정도까지 부패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서 권력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잖아요. 그걸 보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사실 '1987' 속 김태리의 분량은 많지 않다.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적은 분량에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김태리는 연희가 굉장히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87' 속 배우들은 서로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특히 김태리는 엔딩 장면을 장식하며 큰 울림을 선사하는데 한몫했다.

"이 영화가 가장 끌렸던 동기부여 장면이 바로 그 엔딩 장면이었어요. 왜냐하면 관객으로서 너무 궁금했어요. 연희의 캐릭터 분석을 안 한 상태에서 봤을 때 연희가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관객들이 연희의 뒤통수에서 바라보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일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험난한 과정들이 지나고 엔딩장면이 올라갔을 때 관객분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요."

김태리는 '아가씨' 이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출연을 먼저 결정지었지만 '1987'로 먼저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강렬한 데뷔를 치른 '아가씨'부터 역사적 아픔을 담은 '1987'까지 남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그에게 시나리오 선택 기준을 묻자 '관객의 눈'으로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시나리오를 관객처럼 봐요. 첫 번째는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보고 두 번째는 허술한 점이 있는지 없는지 논리적으로 보죠. 그 다음에는 캐릭터를 보거나 감독님을 보는 편이에요."

그의 또 다른 차기작은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극본 김은숙)이다. 배우 이병헌과의 호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은 김태리의 데뷔 이후 첫 드라마다. "현재 드라마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어요. 연극을 하다가 영화에 왔을 때도 이질감을 느꼈는데 드라마를 하자니 또 다르더라고요. 아직은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데뷔하자마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어떠한 배우를 꿈꿀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제나 고민하고 상황의 유연성을 가지고 내일의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좋은 배우요. 저는 갇혀 있는 게 제일 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회를 바라보든 영화 작품을 바라보든 무엇을 보든 간에 열린 시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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