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맞춤여행 | 한파 물리치는 온천 로드 투어
‘온천’ 하면 생각나는 일본. 후지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일본의 노천 온천 못지 않은 온천들이 한국에도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겨울 여행지’로 발표한 다섯 곳의 온천 가운데에는 새 옷을 입고 부활한 옛 명소들부터 여행 인구를 유혹하는 새로운 온천까지, 한파에도 끄떡 없는 여행지가 즐비하다. 전남 함평의 해수찜 등 전통의 강자 외에 새로 문을 연 석모도의 노천미네랄온천, 통증과 아토피에 좋은 가족탕으로 다시 태어난 부산 해운대 온천 등이 그곳들이다.
▷경기 인천 석모도미네랄온천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15개의 노천탕’으로 입소문난 석모도미네랄온천은 2017년 1월 개장한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온천이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석모도에 자리해 있다. 지하 460m 화강암에서 솟아오른 미네랄 온천수를 쓰는데 관절염과 근육통, 소화 기능, 외상 후유증, 아토피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인지 주말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엔 실외 족욕을 이용할 수 있어 추위가 덜 느껴진다. 바다와 연결된 데크를 걸어 다니며 15개의 노천탕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발을 떼본다. 물을 많이 머금는 면 소재 옷은 제한되며, 수영복이나 래쉬가드를 입어야 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해도, 온천복을 대여해주니 걱정하지 말 것. 호호 손을 불며 나무데크를 뛰어가, 마음에 드는 탕에 몸을 담근다. 머리에는 입구에서 받은 석모도의 특산물인 친환경 소창 수건을 감았다. 성글게 짜여있는 면직물이라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다. 무려 800년 역사를 자랑한단다.
참고로 석모도 들어가는 교통편이 좋아졌다는 정보를 남긴다. 2017년 6월 석모대교가 개통, 배를 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노천탕의 하이라이트는 일몰이므로 오후 3~4시경 입장하는 것이 좋다. 독특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함박눈이 왔을 때 노천 온천을 찾아가보자.
온천 주변 가볼 곳 남해 보리암, 양양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해수 관음 성지이며 강화 8경 중 하나인 보문사와 눈썹바위가 온천과 차로 5분 거리에 있으니 산에 올라 서해 절경을 감상한 뒤 온천에서 피로를 풀어도 좋겠다. 해발 316m 상봉산 자락의 석모도자연휴양림, 밥도둑이 지천에 널려 있는 외포항 젓갈수산시장, 갯벌 체험이 가능한 민머루해수욕장 추천. 노천탕에서 음식은 먹을 수 없게 되어 있으니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는 강화도 특산물인 노랑고구마를 꼭 맛보자. 새우잡이 배에서 바로 간을 해 신선한 새우젓도 선물용으로 추천한다.
Info 위치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시간 07:00~21:00 첫째, 셋째 화요일 휴무
▶데우지 않는 물
▷강원도 속초 척산온천지구
솔숲 산책로가 있는 척산온천휴양촌과 대온천탕 창 너머로 설악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척산온천장이 척산온천지구의 대표. 온천수의 효능은 두 온천이 크게 다르지 않다. 50도를 넘나드는 척산온천의 가장 큰 특징은 온천수의 온도가 워낙 높아 물을 재차 가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0℃ 미만인 일부 온천과 달리 온천수를 가열하지 않아 원탕 성분이 고스란히 보존된다는 점이 가장 장점. 라돈이 포함된 강알칼리 온천수는 노폐물 제거 효과가 커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 온천수에 불소 성분이 있어 입을 헹구면 양치가 되는 점도 이채롭다. 설악산 겨울산행이 남긴 피로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이 고온의 온천수에 있다. 척산온천휴양촌의 남성노천탕에 들어서자 솔숲과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척산온천장 투숙객은 대온천탕 이용이 무료로, 프라이빗한 시간을 원하면 객실에 욕조가 있는 가족온천실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Info 위치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 | 시간 05:30~20:00(때에 따라 06:00~21:00까지 운영)
▶왕의 온천
▷충북 충주 수안보 온천 특구
온천 주변 가볼 곳
충주 앙성온천관광협의회에서 온천 문화 활성화를 위해 카라반 캠핑장을 온천광장 안에서 비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여덟 개의 날카로운 바위가 절벽을 만든 수주팔봉의 압도적인 경치는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캠핑 시즌에는 특기 인기가 높은 곳이다.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만큼, 드라마틱한 윤곽을 자랑하는 월악산의 정기가 온천 후 개운해진 몸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것 같다. 앙성온천 주변에 위치한 충주민속공예거리를 가보면 5.3km에 이르는 길에 골동품과 수석, 목공예 상점이 늘어서 있다. 충주커피박물관에는 1870년대 미국에서 만든 높이 170cm, 지름 70.5cm 초대형 그라인더가 있으니 커피 덕후라면 꼭 방문할 것. 로스팅, 커피 묘목 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송윤석 관장 부부가 세계 각국에서 모은 커피 용품도 지름신을 부추긴다. 높이 19.35m의 인공 암벽장도 추천.
Info 위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시간 앙성온천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음(*참고 앙성면 일대 온천협의회 홈페이지)
▶전남 함평 나비와 해수찜
▷함평해수찜
개별 나무 욕조도 마음에 든다. 해수찜질방 옆에는 소나무 장작으로 유황석을 달구는 아궁이가 있다.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운 아궁이에서 돌은 1300℃까지 올라간다. 200여 년 전부터 함평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해수찜은 말 그대로 해수에 달군 유황석을 넣고 거기서 나온 증기로 몸을 데운 뒤, 그 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덮는 전통 찜질 방식. 목이나 어깨, 허리에 수건을 올리면 뭉친 근육이 서서히 풀리고, 대야에 식은 물을 받아 몸에 끼얹으면 피부가 보송보송하고 매끈해진다. 예전에는 아기 낳을 부인이 하인을 대동하고 전국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해수찜을 하고 나서는 따로 샤워하지 않아야 약효가 오래가기 때문에 그대로 말리거나 수건으로 가볍게 닦는 것이 좋다.
함평 손불면 궁산리에는 너른 갯벌을 앞마당 삼아 전통 해수찜 간판을 단 집이 여럿 있다. 봄철 나비축제로 유명한 신안앞바다에 위치한 함평 지역이 찜질로도 유명한 줄이야. 육회비빔밥과 해수찜질욕 덕에 앞으로 겨울 보양 여행지는 함평으로 정해졌다.
Info 위치 전남 함평군 손불면 석산로 시간 08:00~17:00
▶통증과 아토피에 특효
▷부산 해운대온천 할매탕
가족탕은 6개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 하니 온천물처럼 따스한 그 따스한 마음을 곰곰이 되새겨보게 된다. 요금은 사우나 6000원, 가족탕 2인 2시간 기준 3만 원이다(1인 추가 5000원, 1시간 추가 1만 원). 예약은 받지 않으며, 온천 객실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양탕장을 거치지 않고 3개의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바로 공급해 수질이 뛰어나다. 그런데 물맛이 짜다. 화강암 사이로 해수가 유입돼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온천을 하고 나와도 몸에 열기가 오래 남는다.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에 이르기 때문이리라. 온천을 마쳤으니 청사포 조개구이 집으로 향한다. ‘수민이네’는 아직도 있으려나.
Info 위치 부산 해운대구 중동2로10번길 시간 07:00~21:00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및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11호 (18.0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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