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새해에는 누구든 마음껏 사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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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 첫 영화로 뭘 볼지, 첫 앨범으로는 뭘 들을지를 고민한다.
별생각 없이 고른 그해 첫 영화, 첫 음반이 공교롭게도 한 해의 출발점을 그럴듯하게 수놓아준 적이 여러 번 있어서다.
특히 밥 번스타인이 연주한 페달 스틸 기타의 몽롱하며 목가적인 소리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시각적 배경 못잖게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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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별생각 없이 고른 그해 첫 영화, 첫 음반이 공교롭게도 한 해의 출발점을 그럴듯하게 수놓아준 적이 여러 번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의도적으로 고르게 됐다.
올해는 고민이 무위였다. 1일 새벽, 그냥 K가 보고 싶다는 영화를 봤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두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2005년·사진)이다.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긴 했는데 다시 보니 무척 새로웠다. 10년 세월 때문이 아니라 그때 보다 존 탓이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흐르는 ‘He Was a Friend of Mine’은 밥 딜런의 곡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윌리 넬슨 버전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심지어 가끔 딜런 버전의 이 곡을 들으며 ‘아, 영화의 감동이 고스란히 다시 오네.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였지…’ 했었는데, 혼자서 창피해졌다.
이번엔 하나도 안 졸고 모든 장면에 집중해 봤다. 그래서 감동이 세 배였다. 그 곡 첫 소절, ‘He… was a friend of mine’이 나오자마자 이번엔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내 친구였다네/그를 생각할 때마다/울지 않을 수 없다네/그는 내 친구였다네.’
결코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랑. 마음껏 우려내 보지도 못한 채 식어 버려진 열정의 잎들. 에니스(히스 레저)의 캐릭터가 무뚝뚝한 고전적 남성상에 가까웠기에, 눈 시리도록 하얀 만년설과 푸른 호수가 대변하는 묵묵한 대자연이 배경이었기에 스토리 안에 도사린 감성이 더 애잔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음악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직접 연주한 투명한 통기타 소리를 포함한 배경음악도 한몫했다. 특히 밥 번스타인이 연주한 페달 스틸 기타의 몽롱하며 목가적인 소리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시각적 배경 못잖게 큰 역할을 했다.
새해에는 누구든 마음껏 사랑하길. 노래를 흥얼거리며 푸른 찻잎 위로 은색 주전자를 기울인다. 뜨겁고 투명한 물이 쏟아진다.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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