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쇼는 기막히게 하는 정부"란 홍준표 말에 MB의 대답은
[경향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은 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가 현 정부에 대해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고 평하자 “그것도 능력 아니냐”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홍 대표와 신년 인사차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당초 일정보다 10분 가량 늦게 도착한 홍 대표를 “야아~”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홍 대표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부터 화두로 올렸다. 홍 대표는 “좌파정권이 들어서니까 SBS도 뺏겼다”면서 “KNN도 지금 회장이 물러나지 않았냐”고 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적폐네”라고 답했고, 홍 대표는 “적폐가 아니라 그거는 강도”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외교, 안보, 경제가 어려울 때 야당이 정말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운동권 정권이기 때문에 정권 담당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곧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 긍적적인 측면 하나는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것도 능력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만남에 배석한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이) 특히 개헌에 대해서 여러가지 주문 겸 걱정을 하셨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가치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 매우 중요한데 그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 개헌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내용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개헌에 중심을 잡아주기 바란다’는 이 전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한국당은 최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관련해 연일 의혹 제기를 이어왔지만, 이 사안의 진원지로 의심받는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홍 대표와 관련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陽春方來(양춘방래·따뜻한 봄이 바야흐로 온다)’가 적힌 난을 선물했다.
다음은 이 전 대통령과 홍 대표가 만나 나눈 공개 사전 환담 전문.
이명박 전 대통령 = 어떻게 지내?
홍준표 대표 = (웅얼웅얼)
장제원 수석대변인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전 대통령 = (둘러보며) 그래, 새해 복 많이….
*회의실로 자리 옮겨
이 전 대통령 = 정치인이 아니어서 할 말이 없는데 (좌중 웃음)
홍 대표 = 좌파 정권 들어서니까 SBS도 뺐겼어요. (좌중 웃음) 아, 지금 이 그 부산에 KNN밖에 없어. 방송을 뺏어, 아예. KNN도 지금 회장이 물러났지 않습니까? 아예 빼앗았어.
이 전 대통령 = 그것도 적폐네.
홍 대표 = 적폐가 아니고 그거는 강도죠.
이 전 대통령 = 어떻게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야당은 하면서 보면 이때가 가장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 안보도 그렇고 경제고 모든 사회 환경이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야당이 건강하고 야당이 힘이 있는 야당이 되면 국정에 도움이 되는 거죠, 오히려.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해야해. 지금 여당이 옛날 야당 때 그 이야기 많이 했어(웃음).
홍 대표 = 어려울 때 야당을 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 = (웃음) 우리 홍 대표가 그래서 좋아, 성격이.
홍 대표 = 쉬울 때 야당을 하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어려울 때 야당을 해야지, 야당 하기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 = 그런데 어려울 때 정말 역할을 잘 해야해. 지금같이 외교·안보가 위중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 하기가 힘들다고. 어렵다, 어렵다해도 지금같이 엄중할 때가 없었지, 정말.
홍 대표 = 새해부터는 국민들 생각해서 많이 달라질 걸로 보고 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하는 건 금년부터 하는 건 핑계 못 댑니다. 전부 자기들 책임이죠. 자기들 책임인데 운동권 정권인데, 저는 정권 담당 능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저희들이 좀 신나는 야당이….
이 전 대통령 = (웃음) 야당이 강하게 하려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해야지,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면 협력이 안 되잖아(웃음).
홍 대표 = 지금 긍정적인 측면 하나는 있죠. 쇼는 기가 막히게 해요. (좌중 웃음)
이 전 대통령 = 그것도 능력 아냐?
홍 대표 = 한계가 있을 겁니다. 진실이 담기지 않는 쇼는 결국은 그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 전 대통령 = 더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웃음).
*기자들 퇴장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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