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의 변호인'.. 문재인·노무현과 대우조선소 인연 '눈길'

김태훈 2018. 1. 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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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방문 / 1987년 노무현 변호사 구속됐을 때 변호인단 구성 등 앞장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소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새해 첫 현장방문 대상지로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택하면서 이 조선소와 문 대통령, 그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간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조선업의 도시’ 거제를 찾아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방문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최고의 쇄빙 LNG 운반선 ‘블라디미르 러사노브’를 만들어 시험운항을 시작한 것을 격려하고 최근 몇 해 동안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북극해의 얼음을 뚫고 항해하는 세계 최초의 쇄빙 LNG 운반선”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14년에 총 15척의 선박을 수주했다”고 치하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우리 조선산업은 수주 감소로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올해 1사분기 중 마련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 도중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을 형상화한 캐리커쳐 앞을 지나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날 문 대통령이 방문한 거제 대우조선소는 문 대통령 본인, 그리고 그의 정치적 동지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전국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랐다. 대우조선소도 예외가 아니어서 노사 간에 임금 협상이 벌어졌으나 결렬되며 대규모 분규로 이어졌다. 급기야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1987년 8월22일 오후 경찰과 대치하던 대우조선소 노동조합 이석규 조합원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던 노무현 변호사 등 재야인사들이 일제히 대우조선소 문제에 개입했다. 임금 협상은 타결이 됐으나 고 이석규 노동자의 장례식 과정에서 노조와 경찰이 다시 충돌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묻힌 광주 망월동 묘역으로 향하던 운구차를 경찰이 가로막고 시신을 다른 장소로 옮긴 것이다. 이 사태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변호사, 이상수 변호사(전 노동부 장관) 등이 제3자 개입 금지규정 위반 혐의로 부산지검 공안부에 구속됐다.

이상수 전 장관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7년 8월) 경남 옥포(대우조선소)에 내려가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더라. 둘이 1주일간 고생했고 제가 재야 대표로 장례식을 치렀다”며 “광주 망월동으로 향하던 운구차를 경찰이 빼돌려 누군가 항의해야 했는데 다들 저만 쳐다봐 총대를 메고 경찰에 항의했다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한 바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인 1987년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노사분규에 관여했다가 구속된 일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의 곁에는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문재인 변호사가 있었다. 문 변호사는 즉각 재야인사들로 진상조사소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또 노 전 대통령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변호인단 구성에도 앞장섰다. 부산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가 100명가량에 불과하던 시절 무려 99명의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고, 노 전 대통령은 결국 구속 23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우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향 거제에 오니 제가 가졌던 꿈,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되새기게 된다”며 거제가 자신의 고향이란 점을 거론한 것 말고는 과거 대우조선와의 인연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선 198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 얘기를 꺼내며 ‘변호인의 변호인이 대통령이 되어 돌아왔다’ 등 누리꾼들의 글이 눈에 띄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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