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저용량 배터리가 사고쳤다

박건형 기자 2018. 1. 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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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모 많은 신기술 늘었는데
상대적으로 저용량 배터리 고집
배터리 자주 충전하면 용량 줄어
대부분 중국 ATL사에서 공급
일각선 "소재 품질 떨어져" 지적
배터리 게이트, 왜 아이폰만..
/조선DB

애플이 2일부터 한국에서도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인하한 가운데 배터리 게이트의 원인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아이폰과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구글·화웨이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급격한 배터리 기능 저하가 품질 관리를 깐깐하게 하기로 유명한 아이폰에서만 유독 부각되느냐는 것이다.

배터리 기능 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랜 기간 사용하면 최대 충전을 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폰6의 경우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아이폰을 500회 이상 충전하면 배터리 최대 충전 용량이 처음 샀을 때의 80% 아래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을 2년간 사용해도 배터리 최대 충전 용량이 95% 유지된다고 밝혔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저용량 배터리가 용량 저하 불러

국내 배터리·스마트폰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폰에 처음부터 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것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배터리 용량은 작은데 각종 고사양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배터리 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아이폰6와 아이폰6S는 각각 1810밀리암페어(mAh/시간당 전류량), 1715mA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5(2800mAh) ·갤럭시S6(2550mAh)에 비해 3분의 2에 불과하다.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애플은 아이폰5S까지만 해도 저용량 배터리를 채택하고도 전력 소모를 적게 하는 최적화 기술을 이용해 경쟁사와 비슷한 구동 시간을 확보했다"면서 "하지만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신기능이 늘어나자 아이폰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6의 제품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저용량 배터리를 고집하면서도 풀 HD(고화질), 동작 인식, 파노라마 촬영, 흔들림 보정 기술 등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아이폰6S에는 3D(3차원) 터치 기능까지 추가했다.

아이폰의 저용량 배터리 탑재가 문제라는 점은 애플의 다른 제품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아이폰6·6S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플러스와 아이폰6S플러스에서는 급작스러운 꺼짐이나 배터리 기능 저하가 훨씬 적게 나타났다. 이 제품들은 아이폰6·6S보다 배터리 용량이 30% 이상 크다. 김희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을 반복하면 내부 소재의 특성이 변하면서 배터리 기능이 저하되는 열화(劣化) 현상이 일어난다"며 "배터리 열화 누적이 아이폰 배터리 기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배터리가 원인?

일각에서는 아이폰의 배터리 품질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배터리의 대부분을 중국 ATL에서 공급받아 왔는데, ATL이 배터리 제조에 사용한 소재가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같은 구조의 배터리를 만들더라도 전극이나 전해액 품질에 따라 배터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ATL은 배터리 공정의 상당 부분을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내부 구조에도 미세한 변형이 생기면서 수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수작업을 할 경우 자동 공정보다는 불량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2일 "애플 공인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서 3만4000만원에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상은 아이폰6 이후 출시된 제품 중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모든 스마트폰이며 기간은 올 연말까지이다.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가까운 애플 공인 수리센터에 전화를 통해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진행하고 있는 애플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는 지금까지 25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한누리는 11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참여 신청을 받은 뒤 이달 중에 본격적인 소송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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