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맞는 '58년 개띠'의 전설..부머 떠난 무대의 주인공은?

2018. 1. 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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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연도가 정체성이 된 첫세대
초등학교 땐 2부제 수업 보편화
뺑뺑이 1세대로 늘 변화 전면에

성장의 과실 누리며 왕성한 활동
60세 정년…올 7650명 공직 퇴진
제2의 인생 개척 고민도 큰 나이

#.“민간기업에 다니던 잘나가던 친구들은 벌써 그만두고 삼식이 신세인데 우리야 환갑까지 채우고 복받은 거지 뭐.” 새해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간 한 지방자치단에 5급 공무원 A씨는 헛헛한 마음을 숨기며 이렇게 말했다. 9급으로 시작해 33년간 공무원생활을 한 A씨는 전설의 ‘58년 개띠’다. A씨는 “58년생들은 개떼들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많이도 태어났고, 형제들도 많아 밥먹는 것부터 경쟁이 심했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고, 사회에 나가서도 경쟁을 통해 늘 좁은 문을 지나야 했다. 당시만해도 9급 공무원 월급이 넉넉하지 못했다. 아직 막내 아들이 취업을 못했다는 A씨는 “그래도 우리 때는 직장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요즘엔 대학 졸업하고도 못구해 애쓰는거 보면 그 시절이 훨씬 좋았던 같다”며 “은퇴보다 아들 취업이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내 “인생은 60세부터”라고 말한 A씨는 “사실 3년전부터 인생 2막을 준비했다. 공로 연수기간이 끝나면 바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황금개띠의 해’로 불리는 2018년 무술(戊戌)년, 60년 전 태어났던 전설의 ‘58년 개띠’들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정년 60세가 법제화되기 이전에 민간영역에서 일했던 동갑내기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제 2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공직사회에서의 은퇴는 사실상 58년 개띠들의 전면적인 퇴장으로 풀이된다.

▶‘58년 개띠’는 왜 고유명사가 됐을까?=왜 유독 ‘58년 개띠’라는 말이 생겨 고유 명사로 불릴까. 한국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가 수습된 1958년 출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게 됐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도별 출생아수는 관련 통계가 1970년부터 작성돼 이전 자료는 없다. 하지만 통계청의 1960년 성 및 연령별 추계인구로 추정할 수 있다. 1960년 당시, 56년생 인구 82만6454명, 57년생 85만9056명에서 1958년 92만17명으로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이들은 59년 돼지띠 97만9267명이나 60년 쥐띠 100만618명보다는 적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받은 ‘58년 개띠’가 늘 우리사회 격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교실 등 기반시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이 보편화 됐다. 뺑뺑이 1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중학교 3학년인 1973년 서울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시작됐다. 성년이 되면서 유신정권의 몰락과 5공화국 탄생의 정치적 격변기를 경험하기도 했고 40세가 되던 해인 1997년에는 외환 위기를 겪는 등 파란만장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도 누렸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맞물려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가졌다. 외벌이로도 중산층 진입이 가능했다. ‘내 집 마련이 꿈’을 이룬 이들도 많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1958년생은 출생인구가 많은 것 뿐 아니라 전후 세대를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 교실이 비좁을 정도로 가득찼던 정점에 있는 세대고, 산업화와 경제성장 시기에 맞물려 있었던 세대”라면서 “그런 세대가 이제 은퇴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표격인 이들의 퇴직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58개띠’다.

▶‘제2 인생’ 시작하는 58년 개띠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년퇴직으로 물러나는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를 포함한 지방공무원은 올해 765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3년과 정년 퇴직자가 1527명에 불과했던 비교하면 올해는 무려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년퇴직자 수는 1955년생이 은퇴한 2014년 4595명에서 2015년 4855명, 2016년 4652명, 2017년 5295명이었다. 행안부는 이어 2019년 9098명, 2020년 9951명, 2021년 9914명, 2022년 9526명이 정년퇴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장’을 상징하는 58년생 개띠 퇴진은 사회에 세대 교체의 바람을 몰고 올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교수는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은퇴하기에는 젊은 나이라는 인식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노인복지가 아직 완성돼있지 않고, 취업하지 못한 자식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58년 개띠들은 내년에 정년퇴직을 하면서 노인 일자리 등 새로운 생계수단을 찾기 위해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기존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고민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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