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중국경제, '질식사냐, 얼어 죽을 것이냐'의 게임?

한우덕 2018. 1. 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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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거칠었다. 허베이(河北)성 오염 배출 공장을 폐쇄시키고, 도시에서는 석탄 난방을 끊었다. 중소기업 사장이 생업을 포기해야 했고, 가스 값 폭등으로 도시 주민의 부담은 늘었다. 원성이 높을 수밖에..그러나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오늘의 화두(話頭), '베이징 공기'다.

요즘 베이징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늘에 놀란다. 푸르다. 서울과 다르지 않다. 아니, 이렇게 맑을 수가? 베이징 맞아? 작년만 하더라도 베이징 공기는 미세먼지로 가득했었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하늘에 공기청정기라도 단 거야?

정책은 거칠었다. 베이징의 맑은 공기를 위해 허베이(河北)성 오염 배출 공장을 폐쇄시키고, 도시에서는 석탄 난방을 끊었다. 수많은 중소기업 사장이 생업을 포기해야 했고, 가스 값 폭등으로 도시 주민의 부담은 늘었다. 원성이 높을 수밖에...그러나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그 대가가 바로 맑은 공기다. 요즘 보듯 말이다. '공산당이 힘 한 번 쓰니 공기도 바뀐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맑은 하늘.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출처: 이매진차이나]
'베이징 공기'를 화두로 꺼내 든 건 2018년 중국 경제의 흐름을 보자는 차원이다. 하나하나 풀어보자.

우선 중국의 급부상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생각해보자. 독자님들은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면 딱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권위 정치와 포용 경제’

공산당 일당의 권위주의 체제가 정치 안정, 국가의 통합을 이끌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시장경제를 과감하게 도입해 다양성을 인정함으로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도 한다. 그 결과가 바로 'G2(Group of 2)'다.

'권위 정치와 포용 경제'는 국가의 권력을 시장에 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가의 힘이 빠지고 시장이 힘을 얻어 가는 트렌드다. 덕택에 경제는 국유 체제와 민영 체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 왔다. 지금도 국유와 민영의 산업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50:50 정도 된다.

역류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분석했듯, 시진핑 당총서기의 19차 당대회 보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당(黨) 건설’이다. 빈부 격차 없는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당의 개입을 강화하자는 거다. 중국은 당이 국가의 핵심을 장악하는 '당-국가' 체제다. 당의 정책이 곧 국가 정책이다. 19차 당대회의 보고는 결국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국가가 그간 놓았던 권력을 다시 회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주의와 돈, 사회주의와 시장경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은 지금 IT 분야 민영기업에 당 위원회를 '건설'하고 있다.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외국계 대학에도 당 위원회가 설립된다는 보도다.

함께 읽어보자.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최근 웨이보와 텐센트, 알리바바 자회사인 유쿠투더우(優酷土豆·중국판 유튜브) 등의 지분 1%를 확보키로 하고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 이사회에 관리를 파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기업 운영에 대한 발언권을 갖겠다는 취지다. 이미 모바일 뉴스 플랫폼 이뎬쯔쉰(一点資訊)과 뉴스 사이트 운영업체 베이징톄쉐테크(北京鐵血科技)의 지분 2% 미만을 확보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관리가 이사회에 참가하면 독립성이 위협받고 혁신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화텅(馬化騰) 회장이 밤에 잠 못 이루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 지난 11월 11일자 보도다. 이 신문은 "시진핑 체제하의 국가 개입은 '보이는 손'차원을 넘어 '빅 핸드(Big Hand)'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 개입이 다시 시작됐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국가는 이제 'Big Hand'가 되어가고 있다."
IT 기업은 최근 4, 5년 중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허파 같은 존재였다. 국가의 개입을 벗어나 마음껏 활동을 해왔다. 부실과 비효율로 얼룩진 국유 기업이 경제를 망가뜨릴 때, 축 늘어진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줬던 게 바로 IT 기업이었다. 국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영기업을 옥죈다. 오죽했으면 알리바바 마윈이 ‘공산당이 지금의 번영을 이끌었다'라며 충성 맹세를 해야 했을까...

지난번 베이징 방문 때 만난 칭화대 C 교수와의 점식 식사 대화다. 그는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IT 분야 전문가로, 정책 수립에도 관여하고 있다.

- 정부의 개입이 정말 심하냐?” “그렇다. IT 업체들은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다. 지금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 통제가 심해지니 도망치는 것이다.” - 시진핑은 푸젠(福建), 저장(浙江) 당서기, 상하이 당서기 등 개혁개방 지역을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경제를 잘 알지 않느냐?” “그는 젊었을 때 문혁을 지내면서 국가의 힘을 더 크게 경험했던 사람이다. 경제 잘 모른다. 젊었을 때 체득한 게 평생을 좌우한다. 혁명가 집안에서 자란 공산주의자다.” -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은 다소 불안하다. 국유기업은 힘이 빠져있고, 성장을 주도했던 민영기업들은 움츠리고 있다. 걱정할 만한 수준이다.”

C 교수는 "2018년 중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간의 역동성이 침해당하고, 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의 말대로,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부채 관리'를 정책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대출을 줄이고, 회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넘어질 수 있다. 활활 타오르던 부동산 시장도 조정 국면으로 들어갈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왔던 민간부문이 쭈그러든다면 성장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베이징의 추위. 한 여인이 자금성 담장 곁을 지나고 있다.
화두가 풀렸다. 중국에서 당(국가)의 힘은 베이징 공기를 바꿀 만큼 강력하다. 그 힘은 경제 분야로 뻗치고 있고, 국가라는 'Big Hand'는 서서히 민영기업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다. 기업은 국가 개입이 마땅치 않다. 그게 2018년 벽두 중국 경제의 모습이다.

“질식사할 것이냐, 아니면 동사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베이징 사람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우스개 소리란다. ‘공기가 나빠 질식사할 것이냐, 아니면 난방비를 못 대 얼어 죽을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얘기다. 당국이 석탄 사용을 금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좀 있는 사람들은 가스 값이 올라가 불만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이불 뒤집어쓰고 겨울밤을 보내야 하고…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산당 욕도 한다. ‘이게 시진핑이 말한 신시대 사회주의 모습이냐’라며 말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 위대한 공산당? 무자비한 공산당?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베이징의 공기는 맑아지고 있다. 그 뒤편에는 누군가의 아픔이 서려있다. 그렇게 경제는 발전한다. 그게 '시진핑 신시대 중국식 사회주의'런가...

차이나랩 한우덕
내 손안의 중국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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