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밥벌이 될까하는 고민으로 버스킹 시작했죠"

강진구 2017. 12. 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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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낮 12시,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렸다.

비파와 가야금을 든 연주자 두 명은 30분 동안 잔잔한 아리랑부터 박진감 넘치는 창작곡까지 총 6곡을 들려줬다.

무심히 공연을 보던 관객 20여명의 손과 발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바빠졌다.

"관객과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버스킹 공연만의 매력이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이들 연주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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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길거리 돌며 공연

팀 이름도 ‘국악으로 밥 먹어먹기’

버스킹 여행기 영화로도 만들어

국악 버스킹 그룹 ‘국악으로 밥 벌어먹기’가 21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비파와 가야금으로 퓨전 국악을 선보이고 있다. 류효진기자

21일 낮 12시,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렸다. 비파와 가야금을 든 연주자 두 명은 30분 동안 잔잔한 아리랑부터 박진감 넘치는 창작곡까지 총 6곡을 들려줬다. 무심히 공연을 보던 관객 20여명의 손과 발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바빠졌다. 인천에서 서울로 놀러 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봤다는 김련(72)씨는 음악에 맞춰 춤까지 췄다. 김씨는 “사람 많은 낯선 곳에서 춤을 춘 것은 처음”이라며 “본능적으로 춤이 나왔다”고 밝혔다. 친구를 기다리던 대학생 강연진(19)씨는 “국악인데도 클래식 음악처럼 느껴졌다”며 “평소에는 주로 팝 음악을 듣는데 국악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관객과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버스킹 공연만의 매력이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이들 연주자들을 만났다. 비파 연주자 한수진(29)씨는 “12월에만 벌써 10개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며 “공연 비수기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들 팀명은 ‘국악으로 밥 벌어먹기’, 줄여서 ‘국밥’이라고 부른다. 팀원들 별명도 국밥에서 따왔다. 한씨의 별명은 시래기국밥, 가야금 연주자 이현정(26)씨는 뼈다귀국밥이다.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 이름에는 아르바이트 월급보다 못한 국악인들의 돈벌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묻어있었다. 이씨는 “’국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며 “국악으로 밥 벌어먹기가 되는지 도전해보자는 포부가 팀 이름까지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도 정말 국밥이 팀명으로 정해질 줄은 몰랐다. 한씨는 “우선 가제를 국밥으로 하고 나중에는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 했다”며 “그런데 후원사가 이름이 당차고 외우기 쉽다며 좋아하길래 공식 팀명으로 결정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국밥은 후원사의 도움과 자신들 사비를 보태 한달 간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버스킹 음악여행을 떠났다. 14개 도시를 돌며 길거리에서 영어로 쓴 팻말을 세워놓고 공연을 했다. 이씨는 “팀원 중 스페인어를 아는 사람이 없어 Hola(안녕), Follow me(따라 해) 같이 쉬운 단어 몇 개만으로 관객들 반응을 끌어내야 했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관객들의 응원에 마음이 열리니 한 달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공연을 찾아 오는 팬이 생길 정도로 국밥의 인기가 많아졌다. 연예기획사의 러브콜도 몇 차례 받았을 정도다. 그 사이 이들은 2번째 프로젝트였던 미국 대륙 횡단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첫 번째 프로젝트 당시 촬영했던 영상은 영화로 만들어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천안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됐고, 곧 미국에서 촬영했던 영상과 함께 2편으로 묶여 유통될 예정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일회성 관심에 그칠 줄 알았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공연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얻게 돼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5개 대륙을 돌며 5개의 버스킹 여행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국밥은 내년 1월 15일 탄자니아로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mailto: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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