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비트코인 샀어야지!"..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사이트
정부가 내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불건전 거래소를 폐쇄하는 내용의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내놓은 규제와 경고만으로는 광풍을 진정시키지 못할 만큼 현재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가상통화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은 재미있는 웹사이트의 등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내가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으면..?’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그중 하나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업체 코인매니저에서 개발한 이 사이트는 이름 그대로 사용자가 특정 시기와 금액, 구매 물품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때 그 돈으로 그 물건 대신 비트코인을 샀다면 현재 가치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용법은 간단한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저는 OOOO년 O월에 OOOO원(다른 통화도 선택 가능)을 주고 OOO을 OO했다’라는 문장이 뜬다. 사용자는 문장 사이사이에 있는 빈칸을 채워넣기만 하면 된다.
실사례를 적용해보자. 기자는 지난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때 집에서 쓸 데스크톱 PC를 샀다. 애플 아이맥(iMac)을 구매했는데, 당시 170만원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1여년 전 기억을 더듬어 ‘저는 2016년 12월에 170만원을 주고 아이맥을 구매했다’는 문장을 완성했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결과 페이지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이런 답변이 적혀 있었다. ‘내가 2016년 12월에 아이맥 구매할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으면, 지금 2450만8640원입니다.’ 답변 문장 하단에는 원통하다는 듯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개구리(또는 두꺼비) 캐릭터가 등장했다.
숫자를 보고 놀란 마음은 서럽게 울고 있는 양서류를 마주하는 순간 요동치기 시작한다. 현재 방안 책상 위에 방치되다시피 한 아이맥은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작동되는데, 이 양서류가 그런 나에게 “이렇게 안쓸거면 그때 왜 그렇게 허세를 부렸어요. 비트코인이나 살 것이지!”라며 울부짖고 있는 듯하다.
문득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난 2014년 11월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기자는 당시에도 허세가 좀 있었는데, 아내는 결혼 첫 날부터 이 사실을 간파하고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에 취한 남편을 어느 유명 브랜드 매장으로 자연스레 인도했다. 해당 브랜드는 알파벳 ‘N’ 하나만 추가하면 ‘채널’로 읽히는 재미난 곳이었다.
이 매장에서 당초 계획에 없던 지출 약 500만원이 발생했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한 것이므로 그때 이후 지금까지 아깝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주르륵). 다만 생각난 김에 비트코인 시세로 변환이나 해볼까.
‘저는 2014년 11월에 500만원을 주고 명품백을 구매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내가 2014년 11월에 명품백 구매할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으면, 지금 1억6687만1743원입니다.’라는 답변이 떴다. 같은 양서류인 듯한데 더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하긴, 그래도 기자 사례는 약과다. 지인 가운데 2010년 1월 4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이 있다. 이 돈을 현재 비트코인 시세로 바꾸면 5조627억3310만233원이 된다. 지인은 평소 “자동차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안사도 될 뻔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거품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1억6687만원의 가치가 한순간 166.87원으로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다 함께 웃자고 만든 사이트 결과에 심취해 ‘몰빵’, ‘올인’ 등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이가 나타나지는 말았으면 한다.
아무쪼록 정부 규제와 참여자들의 자체 정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분야가 앞으로 더 건전한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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