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가지 않은 숲길..보성 제암산 '명품 숲길'을 거닐다

2017. 12.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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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땅과 군유지 교환 '빅딜'로 재탄생

(보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세상 모든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모든 잎이 사그라져버린 요즘. 왠지 남들이 잘 찾지 않은 푸른 숲길이 끌린다.

전국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산의 작은 숲길을 찾아가 봤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장동면에 걸쳐 있는 제암산(807m). 이 산을 잘 활용하는 곳은 장흥군이 아니라 보성군이다.

제암산 휴양림 부지는 원래 국가 소유였다. 그러나 보성군은 군유지와 국가 땅인 휴양림 부지를 교환하는 '빅딜'을 하는 등 제암산에 공을 들여 왔다.

보성군은 1991년 제암산 일대 국유지 160㏊를 산림청에서 대부받았고 5년여간 공사 끝에 1996년 자연휴양림 문을 열었다. 국가 땅에 휴양림을 만든 것이다.

편안하고 쉽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데크길이 마련된 제암산휴양림.(성연재 기자)

보성군은 산림청과 국유지 교환을 지속해서 추진했고, 올 7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최종 완료했다. 인근 문덕면의 군유지 240㏊와 제암산 기슭의 국유지 160㏊를 교환하는 무려 21년짜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이다.

보통의 숲을 가진 240㏊의 산과 편백숲을 가진 160㏊의 산은 그 가치가 하늘과 땅의 차이다.

제암산은 그간 지역 사람들에게는 명산으로 알려졌지만,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이곳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6년 전남 민심탐방차 찾아 트레킹을 하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지역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환담을 하고 휴양림 아래쪽 마을에서 민박했다.

트레킹 코스로 올라가 봤다. 잘 만들어진 데크 길이 이어져 있는 점이 특이했다. 휠체어도 2대가 충분히 교행할 수 넓고 편안했다.

그래서 '무장애 데크길(더늠길)'이란 이름을 얻었다.

보성은 서편제 판소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판소리 명창들이 한평생 갈고 닦아 음악적으로 잘 다듬은 자신만의 독특한 가락이나 특징을 '더늠'이라 한다.

그 판소리의 최고 대목과 접목해 제암산의 가장 좋은 길이란 뜻에서 더늠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길이라는 뜻이다.

제암산휴양림은 전체 5.8km 구간을 휠체어로 갈 수 있다.(성연재 기자)

데크길 양쪽에는 아름드리 편백이 죽죽 뻗어 있었다.

겨울임에도 전혀 겨울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제암산휴양림의 데크 길만 해도 5.8㎞에 달한다.

숲 속의 집인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 물탱크가 있는 지점까지의 1㎞ 구간은 완만한 데크 길로, 분홍색 길로 표시돼 있다. 색상 그대로 분홍색 길은 연인들이 거닐면 좋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 올라가는 분홍색 길을 따라가면 편백 숲 한가운데쯤에는 널따란 데크로 광장을 꾸며놓은 '청춘의 광장'을 만날 수 있다.

수십 명이 모여 회합을 하거나, 숲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실제로 숲 유치원을 찾은 유아들이 이곳에서 숲을 배운다고 한다.

그 이후 1.38㎞ 구간은 '해피 500' 지점까지 펼쳐지는 구간으로,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파란색은 약간 경사가 있지만, 휠체어가 올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제암산 휴양림 이형춘계장이 더늠길 구간을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이후 곰재산 등산로까지 1.9㎞ 구간은 '악' 소리 나는 구간으로 녹색 길로 표시됐다. 편백이 조성된 곳이어서 녹색이다.

문외한으로서 한가지 헷갈리는 것은 편백 숲과 삼나무 숲이 구별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한다.

삼나무는 잎이 뾰족하고 편백은 비교적 둥글게 돼 있어 가까이 가보면 구별이 된다. 방문한 시기에도 줄곧 편백 묘목 식재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 자연경관 가치 극대화 '숲 속의 전남' 프로젝트

묘목 식재는 전남도가 시행하는 '숲 속의 전남'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뤄지는 것이라 했다.

전남도는 국민 소득과 여가의 증가로 숲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숲이란 이처럼 자연경관의 가치를 극대화해 소득이 되거나 경관이 아름다운 수종을 골로 심는 등 가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 그간의 산림 관리는 조림에만 치중해 경관을 고려한 종합적 관점의 관리 측면에서는 모자란 점이 많았다.

이처럼 기존의 아름다운 숲에도 묘목을 새로 심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전남도는 아름다운 경관 조성을 통해 '다시 찾고 싶은 전남'의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휴양림 숲 유치원을 찾은 어린이들(제암산 휴양림)

◇ 다른 즐길 거리

제암산은 편백 숲 이외에도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숲 체험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부터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복체험 숲' 프로그램, 일반인들을 위한 '힐링의 숲'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숲 체험 교실이 열리고 있다.

인근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숲 유치원'도 열고 있다.

유아들은 숲 유치원을 통해 천연염색과 나무 목걸이 만들기 등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데크 로드를 걸으며 숲 속에서의 산책을 체험한다. 어릴 적부터 숲과 친해지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어린이들이 직접 기르고 가꾼 꽃과 농작물 캐기 체험도 열고 있다.

제암산 휴양림 앞 당안지를 가로지르는 짚라인(제암산휴양림)
짚라인 노선도(제암산 휴양림)

최근에는 짚라인이 문을 열었다. 원래 하와이나 코스타리카 원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됐던 짚라인을 타고 수변 데크길 위로 날아가 보는 것도 좋다.

◇ 숙박

새로 문을 연 숲속의 집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의 숙박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모두 개별 공간이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데다 전망 또한 탁월하다.

새로 문을 연 숙소를 찾아봤더니 깔끔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2014년 새로 지어진 것이라 했다.

휴양림에는 모두 47실의 숙박 시설이 있다. 숲속의 집의 경우 24실이 있고, 원룸식 휴양관은 23실이 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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