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안부 문제, 이 합의로 해결될 수 없어"

정우상 기자 2017. 12. 2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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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위안부 합의 '비공개 부분' 딜레마
성노예 표현 쓰고 해외 위안부碑 지원할까
사실상 '백지화' 시사하면서도 "한·일 관계는 회복해 나갈 것"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와 관련, 2015년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한·일 합의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공식적인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3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한·일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고 돼 있다. 문 대통령의 입장문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 무효화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파기나 재협상 같은 용어는 적절하지 않으며 후속 조치를 다음 달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는 "백지화"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간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역사 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고 했다.

한·일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고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이 불충분했다는 '위안부 합의 TF' 보고서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와 한·일 관계를 분리해 다루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위해 정상적 외교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며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 "이른 시일 안에 후속 조치를 마련하라"고 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위안부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여론을 수렴한 뒤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이 열리는 다음 달 초까지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관련 단체들 요구와 '대일(對日) 외교' 사이에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당장 위안부 TF가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비공개 부분'으로 기술한 사항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TF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한·일 합의 때 '제3국에서의 위안부 관련 상(像)·비(碑) 설치'에 대해 "이런 움직임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성노예'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일본의 요청에도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라고 했다. 위안부 관련 단체 등은 이를 '이면 합의'로 규정했고, 정부도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로선 해외 위안부상 설치를 지원하고, '성노예' 표현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합의 파기'란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비공개 내용은' 양국 간 '합의'가 아니라 전임 정부가 밝힌 '정부 입장'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이 경우 '입장 변경'을 해도 합의 파기는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박근혜 정부가 이면 합의를 했다'고 비판할 여지가 사라진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앞으로는 정부가 '성노예'라는 단어도 쓰고, 국제사회에서 제3국에 기림비 지원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조치 내용에 이러한 내용도 포함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만 했다.

정부는 위안부 TF 보고서 발표 이후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화 통화는 없었고, 향후 계획도 없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한·일 관계 악화가 한·미 관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보고서 내용과 향후 정부 방침에 대해 미국과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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