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1mm도 움직이지 않겠다".. 日언론들 "한국은 못믿을 나라"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7. 12.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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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TF 발표 파장]]
일본, 文정부 위안부 TF 발표에 강경 일색.. 교도통신 "아베, 평창 참석 힘들 것"
가와무라 韓·日의원연맹 간사장 "한국 정부가 국민 반대 부추겨"
日언론들, 보수·진보 다 같이 "한국, 국가간 약속 가볍게 봐.. TF 발표는 前정권 공격용"
日전문가 "막 회복되기 시작한 양국 관계 다시 파탄 날 가능성.. 일본, 한국 포기한다는 느낌"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발표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변에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한국이 무엇을 요구하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하고 나온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일인데, 이건 경우가 아니다"라고 한국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부정하며 대선을 치러 이겼고, 그 뒤에도 그 점을 국민에게 어필해왔다"면서 "국민이 합의를 지지하지 않는다지만 그렇게 부추긴 건 한국 정부"라고 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도 "합의 이행을 한국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했다.

총리 관저뿐 아니었다. 대체로 차분한 일본 언론이 이번엔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날 일본 주요 신문은 위안부 TF 발표로 1~3면을 도배했다. 방송도 어느 채널을 틀건 위안부 TF 뉴스가 반복됐다. 진보에서 보수까지 모든 매체가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가볍게 본다"고 했다. 과거 역사 갈등이 불거졌을 땐 일부에서 "한국을 이해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한국은 믿을 수 없다"는 노성(怒聲)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국가 간 신의보다 국내 여론을 우선순위에 놓는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한·미·일 연계를 중시하는 안보 노선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한·일 관계 파탄을 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은 한·일 합의를 모두 지켰기 때문에 '도덕적 우위'에 섰다"면서 "한국의 행동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신의(信義) 위반을 꾸짖어야 한다"고 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지난 정권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면서 "한국의 자승자박"이라고 했다. 일본에겐 이번 정권이나 지난 정권이나 둘 다 한국 정부라는 뜻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한·일 관계가 다시 파탄 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합의를 깨자는 주장이 일본 사회에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한국 국민은 실감이 없는 것 같다"며 "일본은 한국에 대해 '포기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수십 년 일선에서 뛴 한국 고위 외교관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위안부 TF 발표가 나온 뒤 일본이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해 걱정"이라고 했다. 한 지한파 일본 기업인은 "전에는 한·일 관계가 나빠져도 일부 우익들만 흥분했는데, 지금은 정치에 관심 없는 보통 사람들도 '한국은 합의를 깨는 나라, 중국에는 수그리면서 일본과는 무조건 싸우려는 나라'라고 한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은 "위안부 합의 없이는 한·일 관계도 없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대로면) 아베 총리의 평창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외교 소식통은 "평창도 큰일이지만, 앞으로 일본이 국제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미국 귀에 '한국은 안보보다 역사를 중시하는 나라' '중국으로 기울 나라'라고 할까 봐 진짜 걱정"이라며 "그럼 우리는 고통스러워진다"고 했다.

지난 19일 강경화 외교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만났을 때도 위기 국면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날 강 장관이 "국민이 위안부 합의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고노 외무상은 "국민을 납득시키는 건 그쪽(한국 정부)이 할 일"이라고 싸늘하게 답했다. 강 장관은 이날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를 위한 한·일 고위경제협의체 재가동과 아베 총리의 평창 방문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둘 다 확답하지 않았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교수는 "위안부 TF가 비공개 사항까지 공개한 것 자체가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면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면 일본은 앞으로 위안부뿐 아니라 북핵 공동 대응, 중국 문제, 경제 문제 등 어느 것도 한국과 협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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