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에 허찔린 개미들, 공매도에 두번 우네

정우성 2017. 12.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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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발표 전후 공매도량, 현대重 21배·삼성重 4배 쑥
주가 35% 떨어진 현대상선, 자금조달 목표치 하향조정
기관·외국인은 '팔자' 행렬..재무개선 추이보고 투자를

빚많은 상장사 투자 주의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기업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떠난 자리를 저가 매력에 달려든 개인투자자들이 채운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로선 유상증자와 공매도라는 이중 수급 악화에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 상태다. 원래 주가를 곧 회복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기업 정상화 속도를 지켜보는 중장기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조2875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이튿날인 27일 공매도 거래 규모가 26만4966주로 급증했다. 이날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은 12.49%에 달했다. 이는 공시 이전 20거래일 평균 공매도 수량 1만2526주에 비해 21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하면서 이날 현대중공업 주가는 하한가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27~28일 외국인은 현대중공업 주식 455억원어치를, 기관은 2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이틀간 개인은 668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6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삼성중공업도 공매도가 크게 늘었다. 이달 6일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날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졌고 이후 주가는 발표 전에 비해 41.82%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20.23%에서 17.32%로 줄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자 공매도도 늘었다. 지난 6일부터 27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은 75만3910주다.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기 전 19만1264주(20거래일 평균)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많다. 최근 삼성중공업의 주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공매도도 줄었지만 이달에만 5일 이상 100만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공매도가 늘고 주가가 하락하면 유상증자 청약을 앞둔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지난 12일 유상증자 청약을 마친 현대상선도 공매도 때문에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로 7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무려 2300억원 규모 주식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주간사를 맡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떠안았다.

유상증자에 실패한 이유는 8040원이던 주가가 청약일에는 35.44% 하락한 519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지난 10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역시 공매도로 인한 수급 붕괴가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이 됐다.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기 전 평균 9만7928주에 머무르던 현대상선 공매도 수량은 지난달 30일에는 100만주를 넘어서기도 했다. 공매도 거래 비중이 42.46%(11월 17일)에 달한 날도 있다.

올해 유상증자를 이미 마친 기업도 공매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3조377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업종 악재가 부각될 때마다 덩달아 공매도가 늘었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지난 6일 대우조선해양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23.52%에 달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세로 전환했다. 개인투자자가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가 해당 기업이 보여준 과거 주가와 유상증자 이후 기업 정상화 계획을 신뢰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처럼 공매도 세력이 대규모 유상증자 기업을 목표로 삼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로 매수에 나섰다가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기업 정상화가 이뤄질 시점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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