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 방위대 교수 "노무현 때도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다"

김상진 2017. 12.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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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파' 가미야 마타케 교수 단독인터뷰
선친은 한반도 전문가 가미야 후지 교수
"역사문제 있다고 왜 친하게 못 지내나"
"2000년부터 12년간 양국관계 좋았다"
'인도·태평양 전략' 2010년부터 연구
"한국 동참해 중국에 힘 아닌 질서 강조해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北 위협에 따른 것"
"日 핵무장은 안 돼..미국과 동맹이 우선"
가미야 마타케 일본 방위대학교 교수가 지난 20일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역사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일본 내 대표적 친한파 외교안보 전문가인 가미야 마타케(神谷万丈) 방위대학교 교수의 얘기다.

2009년 작고한 가미야 후지 게이오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최근 방한한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악화 일로의 한·일관계와 관련해 “분명히 양국 관계가 희망찼던 시대가 있었는데,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의 부친은 2009년 작고한 가미야 후지(神谷不二) 게이오대 명예교수다. 냉전 시절에 일찌감치 국제사회가 남북한 교차 승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반도 문제 전문가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한·일 양국 사이에는 역사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나. A : 2000년 무렵부터 2012년 여름께까지 굉장히 양호했던 한일관계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었고, 어느 편의점을 가더라도 신라면을 살 수 있게 됐다.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친근함을 느낀다’는 응답이 60%대까지 올라갔다. 그 시기에도 역사문제는 있었다. 그런데도 그런 현상이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10년 정도 더 지나면 일본에서 (혐한 헤이트 스피치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양국의 지도자나 국민이 노력하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Q :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해결이 요원한데. A : 대화를 통해 합의한 내용에 대해선 한국이 최대한 이행을 해줘야 하지 않겠나. 사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지지층 가운데 국가주의자들 사이에선 (합의에 대한) 비판이 꽤 많았다. 그런데도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이다. 합의를 실행한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인은 과거사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대신 한국 국민은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두 나라의 미래를) 낙관은 하지 않지만 절망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지난 27일 서올 중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부장관 직속의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오태규 위원장이 5개월간 검토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Q : 문재인 정부는 한·일 간 안보협력 강화를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A : 일본은 협력을 추진하고 싶어한다. 미국도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길 바란다. 열쇠를 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지금처럼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태도를 정해준다면 일본과 미국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다. 지난달 6일 미·일 정상은 일본에서 정상회담 결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양국이 전략적 연대의 범위를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양을 아우르는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측에서 먼저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가미야 교수는 2010년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구적으로 연구해왔다.

Q : 왜 오래전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에 주목했나. A : 2010년이란 시기가 의미가 있다. 중국이 힘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리버럴 국제질서를 지키는 국가가 될 것인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그렇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이 점점 커졌다. 결국 지역 내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더욱 협력을 강화해나갈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러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를 (파트너로 삼아야겠다는) 발상이 나온 것이다. 세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들여다보면 태평양과 인도양은 하나의 바다다. 그런 것도 힌트로 작용했다.

Q : 일본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A : 한국이 이 노선을 택했을 때 중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대립하려는 게 아니다. 70여 년간 지켜온 이 지역의 자유민주적 국제질서에 대한 변화를 용인하기 어려울 뿐이다. 한국도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야겠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질서’라는 부분을 생각해 동참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중국은 질서가 아닌 힘에 바탕한 변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싸고 중국이 한국에 취한 조치들도 경제적인 부분에 한정되지만 그런 사례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주용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독일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주함부르크 미국총영사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퇴장하고있다. [사진 청와대 사진기자단]
가미야 교수가 근무하는 방위대학교는 우리로 치면 사관학교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에 앞서 “국가 공무원이지만 개인 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힌다”면서 일본의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Q : 일본 내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은 최근 “북한 기지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 일본에선 ‘공격 능력’보다 ‘반격 능력’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북한의 위협이 너무 많이 커졌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핵억지력에 의존했지만, 북한 위협이 이렇게까지 커진 상황에선 일본 자체의 핵억지력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우선은 미사일 방어이고, 그다음이 북한의 공격에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Q : 주일미군의 전술핵 배치를 포함해 일본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보나. A : 일본의 자체적 핵무장은 반대한다. 핵무장은 지금으로선 필요하지 않고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이 더 중요하다.

Q : 아베 총리는 2020년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방안이다.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원안인 ‘국방군(군대) 보유’를 주장한다. A : 일본에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중·참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또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최종 결정은 일본 국민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명칭을 사용해도 좋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일본 헌법 9조는 해석하기에 따라 자위대를 부정하는 식으로도 읽힌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르치는 방위대 학생들이나 자위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해석을 확실히 배제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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