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머리·이마 꿰맨 준희양, 사진에선 왜 멀쩡할까
친부 "휴지걸이에 부딪혀 찢어졌다"
비슷한 시기 찍었다는 전단 속 사진
흉터 전혀 안 보여 촬영시점 의구심
경찰 "피부 재생 빨라 안 보일 수도"
갑상선 장애지만 1년간 약 못 먹어
전문가 "지능·신체 기능저하" 우려
경찰은 이미 범죄에 의한 실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가족의 주장을 오롯이 믿더라도 다섯 살배기 준희양은 지난달 18일 집에서 사라진 지 28일로서 41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이런 가운데 준희양을 찾는 실종 전단 속 사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최근 "준희양이 지난 2월 23일, 3월 19일 각각 이마와 머리가 찢어져 전주의 한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다"고 했지만, 정작 전단 속 준희양의 사진에선 꿰맨 자국이나 흉터가 보이지 않아서다. 친부 고씨는 경찰에서 "딸의 이마에 난 상처는 목욕탕(화장실) 휴지걸이에 부딪혀 생겼고, 머리는 책상 밑에서 놀다 물건에 부딪혀 찢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 이씨 어머니 김씨는 실종 신고 전인 지난 10월 31일과 지난달 14일 각각 전주의 같은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모두 바꿨다. 경찰은 "이씨가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에 있던 준희양 사진 등 자료를 새 휴대전화로 옮겼지만, 정확한 촬영 날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가 실제 2~3월에 준희양을 찍었을지 의심이 드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덕진경찰서 김영근 수사과장은 "벌어진 상처를 몇 바늘 꿰맨 것이어서 작은 상처가 아니다"면서도 "아이들은 피부 재생이 빠르고, 이마를 먼저 다쳤는지 머리가 먼저 다쳤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사진상으로는 상처가 안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준희양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6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까지 앓던 준희양은 지난 1월 이후 병원에서 갑상선 치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은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앞서 고씨와 이혼 소송 중인 친모가 초등학생 오빠 둘과 함께 준희양을 돌볼 때는 전북대병원에서 2년간 모두 30차례에 걸쳐 갑상선 및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아동이 갑상선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을 먹지 못하면 지능이 떨어지거나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등 무기력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약을 1년간 복용하지 못한) 준희양도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덕진경찰서 측은 "친모에게 확인했는데 '갑상선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당장) 잘못되지는 않는다'고 하고, 의사를 통해서도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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