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2017. 12.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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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단양의 겨울 하늘에 패러글라이딩이 뭉게구름마냥 두둥실 떠올랐다.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들의 환호성이 함께 터져 나왔다. 양방산 전망대에서부터 수변 공원까지 8대의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가르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운반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빼꼼히 눈에 보일듯 다가오고 있는 지난 23일, 성화는 도담삼봉을 비롯해 아름다운 단양8경과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충북 단양에 도착했다.  

101일의 성화봉송 기간 동안 성화는 통영 거북선에 실려서, 때로는 곡성 증기기관차와 정선 짚와이어 등에 몸을 싣기도 하며 이색적인 봉송 구간을 지나간다. 

단양 수변공원에서 패러글라이딩 이색 성화봉송에 환호하고 있는 단양 군민들.

단양은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하늘을 날아 성화를 나르는 이색 성화봉송을 펼쳤다. 단양 군민들은 단양 수변공원에 미리부터 나와 이색봉송을 응원하며 성화맞이 채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양방산 전망대 쪽을 이제나 저제나 바라보던 중 첫 번째 패러글라이딩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연이어 패러글라이딩 7대가 뒤따랐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단양의 겨울 하늘을 도화지 삼아 색색깔 패러글라이딩이 그림을 그리듯 유유하게 창공을 유영했다.

101일의 성화 봉송 기간 동안 통영 거북선, 정선 짚와이어 등을 이용한 이색봉송이 진행된다. 단양에서는 패러글라이딩으로 이색 성화봉송에 도전했다.

양방산 전망대에서부터 수변공원까지 8대의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가르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운반했다.
 

패러글라이딩이 큰 날개를 드러내며 드디어 착륙했다. 단양의 15번째 봉송 주자였던 주정환 씨가 성화봉을 손에 든 채 땅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단양 하늘을 날아 전달된 성화는 단양의 온달관광지, 고수동굴 등을 모두 아우른 뒤 단양의 마지막 종착지인 중앙공원을 향했다.  

패러글라이딩을 기다리는 시민 중 아빠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여섯 살 아이가 눈에 띄었다. 아빠와 이날 아침에도 패러글라이딩 연습을 함께 했다는 용감한 여섯 살 아들은 이색 성화봉송 주자인 8명의 패러글라이더 중 한 명인 김창현 씨를 눈으로 찾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성화봉송을 담당한 단양의 15번째 성화봉송 주자 주정환 씨.

김창현 씨는 “처음 성화봉송을 제안 받았을 때에는 ‘우리가?’ 라며 놀랐다. 오늘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7분 만에 끝나 아쉽기도 하지만 단양하면 무엇보다 패러글라이딩 아니겠나. 감격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기원한다.”고 성화봉송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단양의 이색봉송 주자인 8명의 패러글라이더 중 한 명인 김창현 씨와 그 가족.

성화봉송을 기다리며 단양 구경시장을 구경했다. “성화 지나가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돼요. 고수동굴까지 갔다 온다는데.” “그래요. 그럼 몸이나 녹이고 있어야겠네.” “그러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시민들이 성화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들이 그지없이 정겨웠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였지만 단양 중앙공원에서 성화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원래 이날 성화의 기착지인 중앙공원에선 성화를 환영하는 타악공연 및 축하공연과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성화를 안치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제천 화재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웃 도시인 단양은 모든 축하공연을 취소했다. 축하공연은 취소됐지만 성화를 맞이하려는 시민들의 살뜰한 마음은 삼삼오오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아이부터 지팡이를 짚고 나오신 어르신까지 많은 인파가 모였다.  

어성자 씨는 “제천 화재 사고가 슬프지만 뜻 깊은 일에 참석하고자 방문했다. 우리 지역도 빼놓지 않고 성화가 지나가는 것에 고마우면서도, 무거운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추워지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은 성화를 맞이하러 중앙공원을 찾았다. 이들은 제천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면서도 “이제 언제 다시 성화를 보겠어. 내 평생 이제 올림픽은 끝이지.” 하며 성화를 기다렸다.

성화봉송 주자가 단양 중앙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어른들 속으로 잠시 들어섰다. “30년 전, 그 때에도 성화를 보러 나왔었어. 그 때 깃발 참 열심히 흔들었는데. 벌써 30년이 지났네.” 30년 전 이야기에 어르신들은 다시 젊은이가 된듯 즐겁게 그날을 회상했다.  

누군가에겐 올림픽이 난생 처음이라서, 누군가에겐 올림픽이 이제 생애의 마지막 올림픽일지 몰라서 성화를 기념하고 응원하기 위해, 각기 다르지만 또 어쩌면 맞닿은듯한 이유로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마지막 단양 성화봉송 주자가 중앙공원으로 들어섰고 23일 밤을 보내기 위해 성화는 성화주자의 성화봉에서 성화대로 옮겨졌다. 류한우 단양군수는 제천 화재 참사 추모 메시지를 경건하게 전달했다.

23일 성화는 단양에 안치돼 하룻밤을 머문 후 다음날 영주로 여정을 이어갔다.

윤영미 씨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응원하는 의미로 성화를 맞이하러 참석했다. 20대에 서울올림픽이 개최될 때는 올림픽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지역에 성화가 지나가고 우리 지역도 동참하면서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내심 101일 간의 성화봉송이 다소 길게 느껴져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고장 하나 놓치지 않고 지나가는 이번 성화봉송 여정에 지역 주민들은 나름의 추억과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날고, 도담삼봉을 보트로 순회하고 고수동굴을 지나는 성화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 성화를 만난 젊은 세대들이 또 어느 먼 훗날, 오늘의 어르신들처럼 단양에서의 이색적이었던 성화봉송 얘기를 추억 삼아 두런두런 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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