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팔당호, 불꽃튀는 참수리-흰꼬리수리 먹이 쟁탈전

2017. 12. 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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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물새가 놓친 상처 난 물고기
서로 뺏고 빼앗기고 쟁탈전
생존경쟁일 뿐 선·악 판단 말라

[한겨레]

팔당호에 16년째 찾아오는 참수리. 카리스마 넘치는 겨울철 맹금류이다.

12월 들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지만 경기도 팔당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참수리 부부가 찾아왔다. 벌써 16년째다. 어렸던 참수리는 이제 새끼 4마리의 가족을 이뤘다. 가족이 더 늘지 않아 올해는 번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2년생으로 추정되는 참수리.
3년생으로 추정되는 참수리. 허리와 허벅지, 꼬리 깃털이 흰색으로 변했다. 2년 후 작은 날개덮깃이 흰색으로 변하면 어른 깃털을 갖게 된다.

참수리 새끼들의 나이는 5년생, 3년생, 2년생으로 추정된다. 어미는 한쪽 다리가 유난히 굵어 ‘왕발이’로 불린다. 아비 참수리는 어미보다 다소 작고 허리는 흰색, 넓적다리 깃털엔 진갈색 반점이 있다. ‘반점이’로 부르기로 했다. 이런 특징으로 참수리 가족을 구별하고, 새끼들은 태어난 연도에 따라 털갈이 과정의 깃털 변화를 관찰하면서 특징을 살피고 있다.

5년생으로 추정되는 참수리.
참수리 암컷.
암컷 왕발이(왼쪽)와 수컷 반점이. 암컷이 더 크다.

참수리 가족은 사적인 활동을 중시하며 잠자리는 함께한다. 먹잇감을 놓고 냉정하게 경쟁을 하는 등 활동 구역에 대한 침범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인다. 자신의 사냥 구역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경고의 소리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가족끼리는 침입을 허락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 반면에 때때로 서로의 먹이를 지켜주는 가족애를 보이기도 하며 협동 공격과 방어도 한다.

종종 새끼 참수리가 어미의 먹이를 맹렬히 뺏는 경우도 있다. 이때 어미는 공격성을 보이지만 훈련 과정의 행동으로 보인다. 약육강식의 야생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때 꼭 갖춰야 할 삶의 방편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하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이다. 자연을 사람 중심으로 이해하다가 자칫 판단이 이치에 어긋나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참수리 사냥터 팔당 전경.
붕어를 잡은 비오리. 다른 비오리들이 먹이를 빼앗으려 달려들기 전에 항상 통째로 급히 삼킨다.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는 비오리, 민물가마우지가 잡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거나 너무 커 미처 삼키지 못한 물고기나 물위에 떠오르면 낚아채 간다. 참수리는 이런 일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비오리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터에서 정해둔 나무에 앉아 온종일 기다리며 하루에 한두 번씩 물고기를 낚아챈다. 참수리는 사방 4㎞의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다.

참수리가 사냥감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든다.

사냥도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을 해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참수리의 평정심은 놀라울 정도다. 2㎞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사냥감을 한 번에 낚아채는 모습은 신기에 가깝다. 힘을 들이지 않고 기다리다 물고기를 낚고, 청둥오리, 흰뺨오리, 흰죽지, 알락오리, 논병아리 등을 사냥한다.

팔당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호사비오리가 찾아오기도 한다.

참수리는 비오리를 사냥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먹잇감을 제공해 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오리도 참수리가 주변을 지나갈 때 놀라거나 도망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흰꼬리수리를 보면 경계하거나 자리를 피한다.

참수리는 사냥감을 기다리다 쏜살같이 급강하해 사냥을 한다.
흰꼬리수리는 물 위를 낮게 날며 사냥감을 살피며 사냥을 한다.

흰꼬리수리는 자리를 자주 떠서 먹이를 찾아다니며 존재를 드러낸다. 성급한 포식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내심과 집중력, 정확성, 신중한 행동이 참수리보다 부족해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참수리나 흰꼬리수리는 사냥한 후 먹잇감을 움켜쥐고 날 때 허점이 많다. 이 틈을 타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으로 먹이를 떨어뜨리곤 한다. 그때 떨어진 사냥감을 강탈해 가는 것이다.

사냥감을 재빨리 숲 속으로 옮겨 피신하여 사냥감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나뭇가지는 큰 날개를 펼쳐 싸우기가 힘들고 자칫 나뭇가지에 날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숲 속으로 피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바위에 앉아 먹이를 움켜쥐고 적들과 맞서 먹이를 지키는 것이 최후의 방어수단이다.

?■ 흰꼬리수리와 참수리 먹이 쟁탈전 연속 동작

참수리가 사냥감을 잡아 숲 속으로 들어갈 틈이 없어 바위에 앉았다. 흰꼬리수리들이 먹이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흰꼬리수리가 뒤에 따라붙었다.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흰꼬리수리 세 마리가 협공하며 참수리의 먹이를 노린다.
참수리의 먹이를 채가려는 흰꼬리수리. 그러나 참수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참수리가 날개를 펼쳐 방어한다.
흰꼬리수리들이 노리고 있는데 여유를 부리며 먹이를 먹고 있는 참수리.
먹이를 날개로 가려 숨긴다.
그러나 흰꼬리수리가 참수리의 먹이를 뺏기 위해 공격을 시작한다.
흰꼬리수리가 참수리의 등을 가격했다.
참수리가 날려 하자 흰꼬리수리가 참수리 날개를 움켜잡았다.
참수리는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흰꼬리수리 무게에 눌려 물로 처박힌다.
그 와중에도 사냥감을 놓지 않는 참수리.
헤엄을 쳐 바위로 올라서려는 참수리. 수모를 당하는 날이다.
참수리가 헤엄을 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가까스로 바위에 올라왔다.
흰꼬리수리의 집요한 먹이 강탈 시도가 계속된다.
더는 참을 수 없다. 참수리가 공격에 나선다.
참수리가 사냥감을 가지고 자리를 뜬다.

팔당의 겨울은 차다. 푸른 강물 위로 몰아치는 건 차가운 바람만이 아니다. 생존의 몸부림 또한 칼바람이다. 겨울의 팔당에는 흰꼬리수리도 찾아와 참수리와 서로 뺏고 빼앗기는 먹이 쟁탈전을 벌인다. 직접 잡기보다 쉬워서일까.

남의 먹이 빼앗기에는 참수리가 흰꼬리수리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참수리는 그들끼리의 금도를 지켜 먹이 다툼을 하지 않지만 흰꼬리수리는 자기들끼리도 먹이 쟁탈전이 치열하다. 남의 먹이를 가로챈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눈으로는 선악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어도 자연에서는 생명의 질서일 뿐이다.

참수리는 팔당댐과 미사대교 구간에서 주로 사냥을 하며, 그밖에 미사대교 구간을 포함한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경안천 약 24㎞의 강을 오가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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