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부산항애', 돌아가라

[리뷰] 돌아와요 부산항애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12.27 17:16 / 조회 : 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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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사진제공=블랙홀엔터테인먼트


느와르 분위기를 내고자 한껏 멋을 부리고 폼을 잡았다. 그런데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절로 들게 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애(愛)'(감독 박희준)다.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부산을 배경으로 쌍둥이 형제가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부모를 잃은 후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형제 태주(조한선 분), 태성(성훈 분). 태주는 반듯하게, 태성은 삐딱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진심을 외면하고 만다. 질투는 미움이, 미움은 증오가 되는 이 형제는 끝내 서로를 부정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되고 만다.

20년 후, 태주는 경찰이 되어 떠났던 부산을 되찾는다. 그는 부산에서 벌어진 유물밀반출 사건을 맡게 되고, 그 중심에 동생 태성이 몸담고 있는 범죄조직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쌍둥이 형제는 극과 극의 세계에서 재회하고, 20년 전처럼 서로에게 독설로 또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태주는 범죄자가 된 태성을 제 손으로 잡아 넣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사건을 수사한다. 이런 태주를 보며 태성은 자신은 비지니스맨이라고 비웃는다. 신보다 거룩한 게 돈이라면서, 보육원에 살면서 멸시 당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쓴다. 서로 다른 생각, 신념을 가지고 산지 오래인 두 형제는 끝내 극한 대립각을 세운다. 그러던 중 20년 동안 밝히지 태성이 숨겨 놓은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고아가 된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운명, 그러나 한 배에 타고 침몰할 때까지 서로를 바라보는 상황을 천천히 풀어간다. 여기까지다. 남자들의 거친 인생 이야기는 느와르라고 한다면 하겠지만, 흉내만 냈다. 여자와 얽힌 과거, 돈과 권력, 숨은 비밀 등 느와르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등장했다. 하나의 음식을 완성하기 위해 좋아 보이는 재료는 죄다 썰어 넣었다. 그러나 주재료와 부재료는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맛도 없었다. 빛깔만 그럴싸하게 냈다.


폼만 잔뜩 잡았다. 주연 배우들의 활용도 아쉽다 못해, '왜?'라는 생각만 들 정도. 특히 성훈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멋을 냈는데, 극의 흐름과는 평행선을 그린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듯한 의상은 화보 촬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화려함이 오히려 독이 된 셈. 캐릭터 포장을 위함이었겠지만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성훈과 함께 극중 형제로 출연한 조한선. 그리고 이 두 남자 사이에서 정인으로 나온 윤소이 역시 이미지만 있을 뿐, 배우의 활약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홀처럼 느껴졌다. 세 사람이 얽히고설킨 관계는 오락적이거나 가슴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전무하다. 목숨을 내던질 만큼 지독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저 소리 지르고 인상 쓰는 주인공들의 감정 연기는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너무 뻔하고, 손발 오그라드는 장면들을 쳐다보는 게 민망할 정도다.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남자 주인공이 내는 멋만 강조하는 탓에 이야기나 다른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애써 찾은 극장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2018년 1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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