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지주사로.. 공정위 '압박'에 대기업 지배체제 요동
현대중 "증자·현대오일 상장해 자금 확보 및 순환출자 끊을 것"
공정위 '연말 데드라인' 현대차 등 지주사 전환 방안 내놓을듯
태광그룹은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투자부문·쇼핑엔티 등 3개사를 합병한다고 26일 공시했다. 한국도서보급은 대한화섬과 티캐스트·흥국증권 등을, 티시스는 동림건설과 에스티임·서한물산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의 합병 후 잔존 법인은 한국도서보급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태광그룹을 이끄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써 태광의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한국도서보급→태광산업·대한화섬'으로 수직 계열화됐다. 이 전 회장 일가는 한국도서보급의 지분 92.9%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도 흥국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했다. 특히 지주사인 한국도서보급은 이 전 회장과 아들 현준씨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 중이라 3세 경영 승계의 밑바탕도 마련하게 됐다. 50대 중반인 이 전 회장은 오랜 수감 생활로 건강이 좋지 못하다.
태광그룹의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자발적으로 개혁하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주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9월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12월 정기국회 법안 심사 때까지가 1차 데드라인"이라며 "12월까지 긍정적 변화나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구조적 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태광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끝나면 계열사 수는 26개에서 22개로, 총수 일가 보유 기업은 7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고 지배구조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과 1조2875억원(125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그룹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연구·개발(R&D) 및 신사업 추진,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다. 특히 이번 자금조달로 약 50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확보하게 돼 채권단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날 "마지막으로 남은 순환출자고리인 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 정리를 내년 상반기 중 해소할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현대중공업에 이어 어떤 다른 대기업집단이 공정위 요구에 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취임 때부터 지목했던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가장 깊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해 그룹을 지배 중이다. 정 회장 일가가 기아차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면 순환출자 고리는 끊어진다. 다만 약 4조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해 부담이 크다. 현대모비스를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세우는 안도 거론된다. 29일 창립기념일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증권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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