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오현환 기자 입력 2017. 12. 26. 17:14 수정 2017. 12. 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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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인터넷=공공재' 원칙 일단 유지..변화 가능성 열려있어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서울경제] 수돗물, 전기나 가스처럼 없어서는 안 될, 국민의 생명이나 삶에 매우 중요한 서비스들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며 이를 우리는 공공서비스라 부릅니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많은 공공서비스의 도움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어떤가요. 인터넷이 없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지하철에서도, 병원에서도, 심지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의 삶이 정말 불편하고 답답해질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공공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붕어빵 아저씨가 여름에는 붕어빵을 팔지 않고 아이스크림 아줌마가 겨울에는 장사를 잘 하지 않듯이 인터넷사업자가 원하지 않는 장소, 원하지 않는 시간에는 장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에 인터넷사업자인 컴캐스트가 비트토렌트의 트래픽을 자사 가입자들에게 고의적으로 전송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LG파워콤이 하나TV 서비스를 차단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 망중립성 논란 원인은 인터넷사업자는 인터넷 품질

콘텐츠사업자는 콘텐츠 차별화

혁신의 대상 놓고 이견 보여

美는 논쟁 끝 공공서비스 포기

☞ 韓 인터넷 강국 유지하려면 4차 산업혁명 주도권 확보 위해

산업 발전·소비자 후생 따라

가이드라인 언제든 수정해야

이처럼 현대인의 삶에서 너무 중요한 인터넷 서비스가 사기업의 손에 맡겨져 있다 보니 언제 어디서 어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든지에 상관없이 항상 최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불안해하는 사용자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은 인터넷의 전송 가능 여부, 혹은 인터넷 전송의 품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규제 원칙을 우리는 망중립성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유럽연합(EU) 등 많은 국가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을 통해 공통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의 차단과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허용하고 △합리적 트래픽 관리에 있어서 모든 인터넷사업자들이 투명성의 원칙을 지키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인터넷사업자인지 콘텐츠사업자인지에 따라 서로 입장은 상반됩니다. 인터넷사업자들은 우선적으로 인터넷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를 차별할 유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망중립성은 불필요한 원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뿐 아니라 품질 및 가격 차별화를 통해 인터넷망의 다양한 혁신이 가능한데 망중립성 원칙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콘텐츠사업자의 경우 인터넷 산업의 혁신은 인터넷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사업자와 인터넷사용자들에게 발생하는 것이며 모두가 차별 없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때 인터넷은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인터넷사업자가 트래픽 처리에 대한 자유 권한을 가질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트래픽만 차별할 수 있기 때문에 망중립성 원칙으로 이를 사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로 상반된 관점에서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다 보니 망중립성 원칙은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집권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 망중립성 원칙을 도입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최근 망중립성 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국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나라들 역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기가 당장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미국과 달리 이에 대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미국과는 달리 망중립성과 관련해 사업자들 간에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망중립성의 논의가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당분간은 국내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우리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고 있는 환경의 변화입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 등 지금의 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으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 역시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변화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망중립성 원칙뿐 아니라 검색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등 현재 인터넷을 둘러싸고 있는 철학과 원칙을 잘 만들어뒀을 때 앞으로도 인터넷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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