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비용의 미묘한 차이 연구개발비의 기준은 뭘까

이재홍 입력 2017. 12. 26. 17:03 수정 2017. 12. 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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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92] 투자와 비용의 차이를 알고 계신가요?

월급은 꼬박꼬박 받는데 왜 돈이 안 모이는지, 매출도 꽤 나오는데 왜 통장엔 현금이 없는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투자와 비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회사원이 매일 새벽 6시에 수강하는 영어학원에 지불하는 돈이 투자인가요? 아니면 비용인가요? 개인의 입장이라면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에 지출하는 비용은 투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회계에서 본다면 영어학원에 지출하는 돈의 구분 기준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영어 실력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제안 받아 연봉이 오를 것이 확실하다면 투자입니다. 하지만 키운 영어실력으로 해외 여행 할 때 원활한 쇼핑에 도움만 된다면 이때는 비용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결국 영어실력의 향상으로 미래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연구개발비 자산인가? 비용인가?

회계기준에서는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지가 투자와 비용의 구분 기준이라고 했지만, 사실 기업에서 지출하는 돈이 비용인지 투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감사 실무에서도 투자와 비용의 구분이 어려운 대표적인 항목이 연구개발로 지출한 비용입니다. 회사에서 투자로 봤다면 개발비라는 계정과목으로 재무상태표에 무형자산으로 계상합니다. 비용으로 계상했다면 경상개발비나 연구개발비라는 계정과목으로 손익계산서에 표시합니다. 주석을 확인하면 비용으로 처리한 연구개발비 금액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IFRS에서는 자산과 비용을 구분하는 방법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은 당기비용으로 처리하고, 개발단계에게 발생한 비용은 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 회계사도 연구단계인지 개발단계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계기준에 비해 비용과 자산의 구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발비 회계처리는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에서도 항상 관심을 두기 때문에 회계감사 시에도 항상 이슈가 됩니다. 2018년도에도 역시 금감원 테마감리 4대 이슈 중 한가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대한 우려]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업종이 IT기업과 제약업종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업종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지나치게 개발비를 많이 인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계상한 개발비가 시간이 지난 후 손상 처리되어 한순간에 흑자회사가 적자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개발비 자산화에 대한 우려의 근원은 분식회계입니다. 비용 항목을 자산으로 처리한다면 당기순이익을 높이고 각종 재무비율을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불확실한데 자산으로 처리하였다는 것은 실적의 왜곡으로 투자자 및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코스닥의 한 회사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후1년동안 8900원에서 1605원으로 폭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구개발비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지출해야 할 필수적인 비용입니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안 하는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 있을 리 없을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비용이 미래 현금창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기업 외부에 있는 투자자나 채권자들을 위해서는 명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도 개발비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습니다. 주식투자를 위한 재무제표 분석을 할 때 개발비는 제외하고 각종 재무비율을 산출해 보는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재무제표 감사가 아니라 M&A를 위한 듀딜리전스(DD, 기업실사) 작업을 할 때는 개발비는 없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산으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회사재무제표에 개발비가 계상되어 있다면 재무제표 주석을 확인해서 회사가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고 과연 그 기술로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판단해 보십시요. 주석에 기재가 되어 있지 않다면 회사의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본인의 실력이 되는 것은 남이 만들어준 자료에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홍 신정회계법인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 자문 업무를 수행했으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 수립, 내부 통제 개선 등과 회계·세무 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재는 신정회계법인에서 기업 및 개인 고객을 위한 세무 자문, 재무실사와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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