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샤이니 프로듀서 진보 "한국 R&B 2년 내 터진다"

박창영 2017. 12. 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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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파이드 파이퍼(Pied Piper)', 샤이니 '닫아줘', 레드벨벳 '봐'.

한국 최고 아이돌 그룹이 부른 이 노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이외에도 에프엑스 '올 나이트', 빈지노 '아쿠아맨', 인크레더블·타블로·지누션의 '오빠차' 등 다수 한국 인기 가수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자신이 작업한 곡임을 나타내기 위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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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방탄소년단 '파이드 파이퍼(Pied Piper)', 샤이니 '닫아줘', 레드벨벳 '봐'. 한국 최고 아이돌 그룹이 부른 이 노래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프로듀서 진보(35·본명 한주현)가 작곡했다는 것. 그는 이외에도 에프엑스 '올 나이트', 빈지노 '아쿠아맨', 인크레더블·타블로·지누션의 '오빠차' 등 다수 한국 인기 가수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자신이 작업한 곡임을 나타내기 위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만난 진보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남들이 하는 건 잘 안 하는 성격이다. 뭔가 유행이라고 하면 피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2년 전 국내를 강타했던 `오빠차`의 작곡자도 진보다 /사진제공=CJ E&M
유행을 따르지 않는 싱어송라이터 진보가 한국 '아르 앤드 비(R&B)' 역사 새로 쓰기에 도전한다. 한국 인기 가요들을 R&B로 재해석하겠다며 올 6월 KRNB2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파트1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미 파트3까지 이르렀으며 이제 파트4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서인 한(恨)은 결국 R&B의 소울"이라며 "딘, 크러쉬, 자이언티 같은 아티스트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 R&B 전성기가 2년 내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보가 지난 달 발매한 KRNB2 파트3 `내 사랑 내 곁에` /사진제공=슈퍼프릭레코드
-한국 R&B의 특징은 무엇인가.

▷제일 큰 건 언어다. 발성이 다르고 소리의 모양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니까 한국만의 특징이 나올 수밖에 없다. KRNB 프로젝트는 옛날 노래 리메이크가 많다 보니 한국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KRNB라는 명칭에는 한국 R&B를 세계로 알린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들었다. 영어로 작사하지 않아도 타국 진출에 무리가 없나.

▷전혀 없다. 올해 빌보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방탄소년단 노래에도 한글 가사가 훨씬 많다. 최근에도 방탄소년단 프로듀서를 만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노래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 오히려 일부러 목표를 삼으면 더 안 된다. 빌보드 디지털송 세일즈 차트 최장기 1위를 했던 '데스파시토(Despacito)'만 해도 전부 라틴어로 쓰여져 있다. 조금 과감한 상상을 해보자면 앨범 내 모든 노래가 한국어로 쓰여도 빌보드 1위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보는 "남들이 하는 건 잘 하지 않는 성격이다. 뭔가 유행이라고 하면 일단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슈퍼프릭레코드
-현재 파트4를 준비 중이다. 언제쯤 나오며 몇 개의 앨범을 더 낼 예정인가.

▷파트4는 한 달 내로 나온다. 전체 앨범은 파트6까지 계획하고 있다. 파트3에서 불렀던 '내 사랑 내 곁에'가 샘 스미스나 존 레전드가 하는 어쿠스틱한 팝 R&B 발라드라면 박재범과 함께 부른 '그대와 단 둘이서'는 스윙감 있는 레트로 R&B다. 매 파트에서 R&B의 다채로운 면을 선보일 것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 R&B를 선택했나.

▷지금 한국 R&B의 전성기가 오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자이언티, 크러쉬, 딘 같은 뮤지션이 10명쯤 나오게 되면 대중적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그런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이미 보고 있다. 올해부터 1~2년이면 전성기가 온다.

-해외에서는 한국 R&B를 어떻게 보나.

▷얼마 전에 레드불에서 제작한 짧은 다큐멘터리에 미국 유명 R&B 가수 갈란트가 "한국 R&B가 떠오르고 있다"고 인터뷰했다. 그 비디오에는 이하이와 내가 참여했다. 예전에는 해외 매체에서 우리 음악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K팝이라는 이름이 붙고 한국 아이돌 음악 전성기가 왔듯이 K R&B에도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국내에 존경하는 R&B 뮤지션이 있다면.

▷선배 솔리드. 그리고 자이언티와 크러쉬 같은 후배들. 재미있는 건 KRNB 시리즈를 하면서 옛 한국 가요들을 다시 들어보니 소울적인 특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김현식, 빛과 소금, 사랑과 평화, 유재하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미국 흑인 R&B와 동일하진 않지만 한(恨)이 담겨 있다. 결국 정감 있고 따뜻한, 그리고 낭만적인 음악이 소울이라고 봤을 때 1980년대 음반에서 R&B적 특징이 많이 발견된다.

진보는 이태원에 산다. 일부러 해외로 찾아다닐 땐 못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을 이태원에서 다 만났다고 한다. /사진제공=슈퍼프릭레코드
-이태원에서 살고 있다. 흑인 음악을 접하기에 더 좋은 장소라고 생각해서인가.

▷물론이다. 5년째 살고 있다. 용산구청에서 '세계의 중심 지금은 용산시대'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한다. 처음엔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국제화된 사람이 되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닐 때는 외국인 친구를 별로 못 찾다가 이태원에서 살면서 만났다. 지금 룸메이트도 외국인인데 이태원에서 만났다.

-고(故) 김성재의 '말하자면',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윤수일의 '아파트' 같이 옛 노래를 많이 리메이크했다. 피드백이 있나.

▷서울예대 교수이자 '빛과 소금' 멤버였던 장기호 선생이 고맙다고 했다. 1990년대 노래를 지금 세대가 들을 수 있게 재포장해주는 것이 고맙다고 한다. 장기호 선생은 자신의 모든 노래를 작업해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트와이스 히트곡 '티티(TT)'를 리메이크하기 위해서 LP바에서 박진영을 기다렸다고 들었다.

▷박진영이 자주 가는 LP바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티티' 리메이크를 들려줬다. "욕 나오게 좋다"고 말해주더라.

진보는 트와이스 `TT`의 리메이크를 허락받기 위해 LP바에서 우연을 가장해 박진영과 만났다. /사진제공=슈퍼프릭레코드
-원래 남에게 부탁하는 걸 잘하는 성격인가.

▷남의 도움을 얻는 걸 잘 못했다. 신세 지는 것 같고, 아쉬운 소리 하기가 싫어서.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여러 사람과 일해야 했다. 스티브 잡스가 본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도움을 요청하는 걸 절대 주저하지 않았다'고 밝힌 적 있다. 어린 시절 전화번호부만 보고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밥 노이스에게 전화해 도움을 구했다고 한다. 최근에 그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용기를 더욱 얻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손을 뻗으려 하고 있다.

-KRNB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가요계 선배들이 "진보 씨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노래를 써줘서 고맙다" "어린 세대와 더 교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얘기할 때다. 그런 순간은 꿈 같다. 내 선배가 나에게 고맙다고 하고 역할을 맡기는 걸 들으면 어쩌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책임을 지게 됐나 생각도 들고. 이현도, 정석원, 장기호 같이 이정표를 찍으셨던 분들이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길 원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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