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 뇌과학자 장동선 "車, 사람 마음까지 읽는 시대 온다"

박주연 2017. 12. 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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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한국 오가며 인간에 대한 호기심"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기술이 중요"

【화성=뉴시스】권현구 기자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경기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26.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20세기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컴퓨터는 쓸모 없다. 대답만 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작동할 뿐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21세기 작금의 현실을 목도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경악할 것이 틀림 없다.

자고 나면 세상이 달라질 정도로 첨단 기술과 혁신적 아이템들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애플이 개인 비서 ‘시리’를 출시했다거나, IBM의 컴퓨터 프로그램 ‘왓슨’이 美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는 이야기들은 식상해진지 오래다.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 홈쇼핑의 챗봇 상담, 취향과 구매이력을 고려해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 알파고', 사용자의 기분에 맞춰 음악을 추천해주는 스마트스피커 등 새로운 것들이 우리네 일상 속으로 밀려들고 있다.

인공지능(AI), 그 중에서도 사람처럼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강인공지능(AGI)'의 출현도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AI 때문에 인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 작동 원리를 카피한 AI가 인간을 위협한다? 정말 그럴까. 인간 두뇌조차 깊이 모르는데 AI가 인간을 넘어선다는 주장은 너무 앞서간 기우가 아닐까. 아직은 기계가 너무 똑똑해서가 아니라 너무 멍청해서 문제가 아닌가. AI가 인간을 넘어선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

이런 의문을 잔뜩 품고 요즘 잘 나가는 뇌과학자를 지난 13일 경기 화성 롤링힐스에서 만났다. tvN '알쓸신잡2'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며 뇌과학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장동선(37) 박사다. 한창 젊은 시절을 지나는 사람치고는 겪어온 이력부터 간단치 않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장 박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안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 콘스탄츠대에서 생물학 학사를, 막스플랑크뇌공학연구소에서 인지계산적 정신물리학 석사를, 인간 지각, 인지 및 행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대차 자동차부문 전략기술본부 융합기술개발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두터운 파카를 입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는 "바빠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며 급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면서도 그는 진지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글로벌시장에서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대해 그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한 사람, 한사람의 개인화된 능력과 아이디어가 더욱 소중해지는 방향으로 빠른 속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가올 미래에는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설계도를 찾거나 구매한 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물건을 직접 집에 있는 3D프린터로 만드는 것이 더 일반화될 수 있어요. 가상으로 존재하는 아이디어와 데이터가 물질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예전부터 익숙했던 대량생산, 공장, 군대식…. 이런 생각의 틀과 고정된 관념들을 깨는 게 필요합니다."

장동선 박사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어린시절을 보냈다. 사회학자인 아버지와 청소년심리학자로 대안교육을 연구했던 어머니를 둔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7살때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독일에서는 외모가 달라서 섞이기가 어려웠는데 한국에 와서는 '나처럼 생긴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겠구나 기대가 많았어요. 그런데 말투가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바로 눈치를 채고, '외국에서 태어났냐'고 묻더라구요.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적응이 힘들었죠. 그 때부터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인지하느냐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그는 학교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별일이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대놓고 욕을 하고, 뺨을 때렸어요. 부모님도 놀라셨죠. 주변사람들은 '촌지를 안 줘서 그런 것 아니냐'고 조언을 했고, 부모님은 고심 끝에 결국 홈스쿨링을 선택했습니다. 1980년대였고, 당시는 홈스쿨링이 흔치 않았어요. 아마 제가 홈스쿨링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부한 첫 케이스일 거에요."

그는 홈스쿨링을 하며 'PC통신'에 빠졌다. 텔넷을 통해 연구원, 대학원생들과 대화를 했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이 활성화된 후에는 PC통신 시삽도 맡았다. 여행도 하고, 책도 읽었다.

"어머니의 계획은 천재교육이었어요. 중·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끝내고 5개국어를 배우고 15살에 카이스트를 보내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그에게는 사춘기가 찾아왔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갱년기가 오며 집안 상황도 좋지 않아졌다. "1년은 제대로 진행됐죠. 그런데 2년 동안은 가출을 하는 등 방황의 시기를 겪었어요. (중졸 검정고시로) 3년을 앞섰지만, 결국 돌고돌아 제 나이에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죠."

그는 고등학교때 과학서클연합을 조직해 초대회장이 됐다. 당시 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김대중정부 청소년위원회 초대 위원장도 맡았다. 청소년위는 선거연령을 낮추고 체벌금지를 법제화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화성=뉴시스】권현구 기자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경기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26. stoweon@newsis.com

"당시에 전국에 청소년문화회관, 청소년센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장관상을 받았어요. 그때는 대한민국 최연소 국회의원이 돼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러던 19살의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그에게 공부를 계속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사춘기 때의 반항이 컸던 만큼 그가 받은 충격도 컸다. "겨우 철 들어서 마음을 잡고 제대로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거죠. 속을 그렇게 썩였는데…" 장 박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독일 콘스탄츠대에 지원, 다시 독일로 갔다. 전공은 생물학이었다.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이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면서 인지과학을 접했고, 전공을 바꿨죠. 긴 길을 돌아 사회인지신경과학으로 가니까 부모님이 선택했던 전공과 비슷해지더군요."

공부를 마치고 그는 다시 한국행을 선택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서였다.

"구글, 페이스북, 삼성도 고려했어요. 미국으로 갈 생각도 있었지만 가족이 제가 돌아오기를 원했어요. 그런데 현대차기 미래혁신기술센터를 열었죠. 이곳은 꼭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로봇, 인공지능, 세상이 보지 못한 새 기술 연구가 목표에요.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 목표가 되는 직장은 잘 없습니다. 매력적이었죠. 인생은 타이밍이잖아요. 결혼도, 직업도, 어떤 타이밍에 어떤 만남이 이뤄지는가가 중요한데 저는 현대차와 잘 맞았죠."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에 열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은 뇌의 메커니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파악해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I분야에서 뇌과학자들의 역할이다.

"인공지능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지능이고 사람의 뇌를 흉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큰 맹점이 있어요. 사람의 지능조차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로봇이 사람의 얼굴만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눈치를 채고, 물어보기도 전에 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지기술'이 있어야 해요. 기계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연구하는 뇌과학적 연구가 선행돼야 하죠."

테슬라 창업자 머스크는 최근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인간 뇌에 초소형 AI를 심어 컴퓨터와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언젠가 공상과학영화에서 본 듯한 생각이다.

장 박사는 이에 대해 "머스크가 꿈꾸는 것과 같은 기술이 실현되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의 의미는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머스크의 시도가 뇌 연구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10년 안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뇌과학계는 아직까지 이 기술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회사가 설립되고, 이 기술에 자본과 노력이 투입되면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인간과 인간의 연결(mind-mind interface)와 관련해서는 "이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사람의 눈빛과 표정에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며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기계를 거치지 않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인드 마인드 인터페이스는 홀로그램을 통해 먼 곳에서도 사람을 볼 수 있는 기술, 증강현실을 통한 기술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국내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기술과 인공지능(AI)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사람'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사람들이 좋아할 기술,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기술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인간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제조업에서 주인공은 기계이고, 기계의 효율성이었습니다. 더좋은 엔진, 더 좋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이제 산업의 중심은 다시 '인간'이 됐습니다. 인간중심의 기술이 중요해진 것이죠. 앞으로의 자동차는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읽고 소통하는 기술, 인간이 말을 하기도 전에 눈치로 아는 기술을 갖게 될 것입니다. 기계 중심의 기술이 인간 중심의 기술로 변하고 있는 것이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때 기업도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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