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입'만 바라보는 금호타이어

최윤신 기자 입력 2017. 12. 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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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동대책위가 지난 12월15일 오전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임금삭감 자구계획안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남성진 기자
금호타이어가 위태롭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연결고리를 끊고 채권단 자율협약체제에서 본격적인 경영정상화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기업 회생 가능성에 지속 의문이 제기돼 정상화는 시동도 걸지 못했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돌입 가능성이 시장에서 지속 언급되는 등 위기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회사와 노조, 채권은행 등 이해관계자는 실사결과를 쥔 한국산업은행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 자구안 노사 입장차 커

금호타이어는 지난 12월12일 광주공장에서 열린 임금 및 단체협약 본교섭에서 노조에 자구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이 회사의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말 1조3000억원가량의 채무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채권단이 채무만기 조정을 해주지 않으면 부도를 피하기 어렵다.

채권단 입장에선 금호타이어를 건실한 기업에 팔아 채권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앞서 더블스타에 매각을 시도하다 결렬됐고 이 과정에서 영업능력과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만약 채권단이 금호타이어가 앞으로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면 더 이상의 자금투입은 어려워지고 금호타이어의 지속기업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사측이 ‘자구안 노사합의’에 매달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 조건으로 “모든 주체의 고통분담”을 내건만큼 자구안 합의는 채권단 추가지원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타이어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12.2%)을 기초로 2922억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이중 1483억원 상당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자구안에 대해 노조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구안에 포함된 임금조정과 희망퇴직 등의 방안이 노동자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 사측은 지속적으로 노조와 접촉해 자구안 수용을 설득하고 있지만 극적인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살려야 한다는 지역여론 때문에 노조가 고통분담을 완전히 거부할 순 없다”면서도 “노사간 시각차이가 커 빠른 시일 내에 자구안 수준에 대한 합의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제공=금호타이어
◆ 배제할 수 없는 P플랜

결국 금호타이어의 운명은 실사결과에 의해 갈릴 전망이다. 채권단 대표 격인 한국산업은행은 2017년 10월 삼일회계법인에 금호타이어에 대한 실사를 의뢰했다. 두 달로 정해진 실사기간이 지났고 실사작업은 마무리 됐지만 산은은 실사결과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당초 산은 등 채권단은 12월 넷째주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이 회의에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결정짓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앞서 12월1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새로운 기업구조혁신 지원방안 추진을 위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에 대해 구두로 얘기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즉시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던 채권단 협의회는 열리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처분 방안을 아직 확실히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제출받은 실사결과를 토대로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부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다른 채권은행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우리 역시 실사결과에 대해 공유받지 못해 답답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산은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금호타이어의 실사결과를 받아들었고 P플랜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은의 입장에서도 강제적인 채무재조정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P플랜 가능성이 지속 언급되는 것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선 채권단의 추가적인 고통분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금수혈이나 경우에 따라선 채무재조정이 병행돼야 할 수도 있다.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의 임금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순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구안 합의가 나와야 한다. 산은은 노조와 채권단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위해 ‘법정관리 고려’라는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다. 노조와 채권단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남는 방법은 P플랜 혹은 법정관리 뿐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이 사용됐다. 산은은 앞서 2016년 11월 대우조선 구조조정 당시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전제로 무상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실시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4월 채무재조정을 포함한 추가지원을 실시할 때는 “자발적 채무재조정이 불발될 경우 P플랜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채무재조정을 이끌어냈다.

다만 업계에선 산은이 결국은 P플랜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최근 제기된 SK의 금호타이어 인수설로 산은이 금호타이어의 P플랜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것. 앞서 SK는 산은에 7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통한 금호타이어의 인수를 비공식 제안했으나 산은 측은 이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공식 협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SK 측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 할 때까지 차입금 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SK의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한 것은 아직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통해 채권을 상환하고 지분가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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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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