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8만원에서 77만원세대로 전락한 청년의 현실

2017. 12.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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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소득 1분위 계층(하위 20%)의 월 소득이 78만1000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2013년에 90만8000원이었던 것이 3년 사이에 10% 이상 추락한 셈이다. 이쯤 되면 88만원세대란 표현도 과장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66만원세대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참으로 착잡한 결과이다.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의 고달픔은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24일 내놓은 시민희망지수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30대의 절반 가까이가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모의 경제력을 첫번째로 꼽았다. 젊은층은 집단우울증을 의심할 만큼 삶의 만족도, 경제상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평균보다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굳이 캐묻지 않아도 이유는 쉬 짐작된다.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자괴감의 방증일 터이다. 청년들이 취직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급여·복지수준이 낮은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3년 만에 경제성장률 3%대로 복귀하고, 북핵 리스크 속에서도 국가 신용등급은 최상위권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청년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은 더 이상 새 소식이 아닐 정도로 일자리 가뭄은 일상화된 상태이다. 역대 정부가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고졸자 채용확대나 청년인턴 등의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일회성에 그쳤다. 임금피크제와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도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로 이어졌다. 결국 청년들의 기대는 기만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1월 중 청년고용 상황과 대책을 점검하는 청년고용점검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올해 국정운영이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었다면, 2018년은 ‘이게 삶이냐’에 대한 응답일 것이란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의 청년대책이 실패한 것은 한결같이 수치목표에 함몰된 탓이 크다. 청년 빈곤 문제는 일자리, 주거, 결혼, 출산 등이 한 묶음으로 연결돼 있다. 단순히 일자리 몇 개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각 부처가 각개약진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77만원세대로 전락한 청년의 현실은 더 나은 삶이라는 희망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희망이 사라지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청년들의 절박감에 근거한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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