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7만원세대' 현실로 왔다

박용하 기자 2017.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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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대 저임금 청년가구 월 소득 작년 78만원…첫 80만원 아래
ㆍ비정규직 늘고 1인 가구 증가
ㆍ노동시장 유연화 직격탄 입증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의 한 달 소득이 78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88만원세대’는 옛말이 되고 ‘77만원세대’ 출현이 머지않았다(경향신문 2016년 12월22일자 1면 보도)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 저임금 청년들, 이젠 ‘77만원 세대’

25일 통계청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구주가 30세 미만이고 소득 1분위(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8만1000원이었다. 이들 가구에는 10대 가구주도 있으나 아주 소수이며 대부분 20대 가구주다.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의 월 소득은 2013년 이래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13년 90만8000원에서 2014년 81만원, 2015년 80만6000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사상 처음 80만원에 못 미쳤다. 30세 미만 가구 중 연소득 1000만원 미만(월 83만원 미만) 비중은 2013년 4.4%에서 지난해 8.1%로 커졌다.

저소득 청년 가구가 증가한 통계상 이유는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혼자 버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1인 가구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 청년 비정규직 문제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많고, 이들 다수는 저임금 탓에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패션과 디자인 등 예체능 계열 직군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열정페이’ 악습이 남아 있다. 최근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가 연예인 등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의상 도우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자료에서는 응답자의 28.5%(57명)가 월 50만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들 중에는 12시간 안팎의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의상 도우미 ㄱ씨는 “매달 중순이 되면 돈이 떨어지고, 식비가 지원되지 않아 밥을 사먹을 수도 없었다”며 “하지만 업계가 임금 문제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말해도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패션업체 인턴 ㄴ씨도 “폭언에 일도 힘든데 월급은 50만원”이라며 “언론에 문제가 보도돼도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들은 청년 빈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해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밀렸다. 특히 보수정부에서 강조됐던 노동시장 유연화로 청년 세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평균임금 상승이 높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강조했지만 이듬해에는 인력운용 유연성을 높이고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역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77만원세대’ 현실화를 막을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청년 비정규직과 저임금 문제는 구직난이 심화되며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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