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7 경제] ⑦탈원전- 고리 1호기 폐쇄로 '첫발'.."졸속 추진" 갈등도
[경향신문] 올해는 ‘탈원전·탈석탄’으로 요약되는 국내 에너지 수급 체계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해였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7개월여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원전 사업장 안전대책 강화, 노후 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지어진 것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수명이 다 된 것은 조속히 닫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탈원전 3원칙) 이행 차원이었다.
에너지 전환 방침은 기존 업계·학계에 강한 반발을 불렀다. 시민사회도 원전 감소가 본격화하는 것은 차기 정부부터이고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새 정부의 탈원전 방향 제시는 적절했지만 추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필요 이상의 사회 갈등을 야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전기요금 역시 탈원전 정책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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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돛 올린 ‘원전 제로’ 정책
지난 6월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돼온 원전 확대 위주의 에너지 정책 폐기를 알리는 장면이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11월29일이 운전 승인 만료 예정이던 월성 1호기에 대해 내년부터 조기 폐쇄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이 건설 백지화를 공약했던 신고리 5·6호기의 존폐는 공론조사에 부쳐졌다. 7월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출범 무렵부터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10월20일 공론조사 결과는 ‘진행된 공사는 재개해 완공하되, 앞으로 원전은 줄여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다수 의견이 도출됐다. 공론화위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공사가 재개됐지만,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셈이었다.
이에 따라 10월24일 원전을 현행 24기에서 2030년 18기까지 감축하고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행 7%에서 2030년 20%까지 확대하는 ‘탈원전 로드맵’이 확정됐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3~2030년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10기를 폐쇄 조치하겠다고 명시했다.
■ 갈 길 먼 에너지 전환
그러나 친원전 진영에서는 전력수급 차질 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의 폐기 요구를 굽히지 않는다. “급격한 탈원전은 에너지 대란과 전기요금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여기에 “앞으로 새 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산업이 고사하고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주장도 더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탈원전을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주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 권고에 따라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6호기와 완공이 임박한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까지 총 5기의 원전이 임기 중 추가로 지어져 에너지 수급에는 공백이 없을 것이란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급하게 추진되는 인상을 줘 갈등을 더 키운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전보다 비용이 높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크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전기요금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시민사회단체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중단을 감안해도 임기 말인 2022년 결과적으로 지금(24기)보다 원전이 3기 늘어난다는 점을 들어 차기 정부에 공을 넘겼다고 비판했다.
또 11월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에너지·환경단체들은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 이를 충족하지 못한 원전부터 현 정부에서 조기 폐쇄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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