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성심병원 이어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간호사 장기자랑'.."짧은치마 입고 춤" 폭로(종합)

허진무·김형규 기자 2017. 12.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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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들의 공연 사진. 해당 공연은 2015년 열린 병원 비전 선포식 때 진행됐다.

성심병원에 이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도 ‘간호사 장기자랑’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매년 저연차 간호사들이 반강제로 선정적인 춤을 강요당했다는 점에서 ‘갑질’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소개한 제보자의 글이 올라왔다. 이 제보자는 “성심병원에서 장기자랑이 이슈가 됐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신부님 앞에서 캉캉춤을 추고 걸그룹 EXID의 ‘위아래’를 췄다”면서 “퇴사하고 싶은 간호사에게 ‘춤을 추면 퇴사하게 해줄테니 춤을 추라’고까지 해 그분은 억지로 춤을 추고 퇴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함께 공개된 3장의 사진에는 여성들이 무대에서 짧은 복장으로 춤 추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은 2015년 병원 비전 선포식 행사와 지난해 12월 열린 간호처 내부 행사에서 찍은 것이었다.

2015년 열린 대구가톨릭대병원 비전 선포식에서 간호사들은 짧은 복장으로 선정적인 춤을 춰야 했다. 간호사들은 병원 측이 이날 행사를 위해 각 부서에서 외모를 기준으로 1명씩 차출한 뒤 한 달 넘게 수간호사 관리 하에 연습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병원 측은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열린 간호사들 행사의 경우 병원 의사들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의료원장(신부)도 축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수간호사가 옷이 너무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는데도 간호사들끼리 서로 1등을 해 상금을 타려고 경쟁이 붙다보니 자발적으로 그런 옷을 입고 공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선포식에서의 공연에 대해선 “병원 전체가 준비한 행사라 간호사들도 일부 퍼포먼스를 담당한 것일 뿐 갑질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설명은 달랐다.

지난해 연말에 열린 대구가톨릭대 간호처 내부 행사의 공연 모습. 간호사들은 매년 연말마다 반강제로 장기자랑이 포함된 행사를 치러야 했고, 주로 1~4년 근무한 저연차 간호사들이 행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대구가톨릭병원에서 10년 이상 일한 한 간호사는 “매년 열리는 간호사 축제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연말이면 팀장에서 수간호사로 다시 아래로 상명하달 식으로 행사 준비가 이뤄지고 한 부서도 빠질 수가 없다. 주로 1~4년 근무한 저연차 간호사들이 차출돼 야한 춤을 춰야 한다”고 말했다. 말이 간호사 페스티벌이지 사실상 반강제로 이뤄지는 행사라는 것이다.

이 간호사는 “지난번 행사 땐 의료원장이 축사만 하고 갔는지 모르지만 매년 병원 간부들이 앞자리에 주르륵 앉아서 박수치며 즐겨온 게 사실이고 그동안 관행이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비전 선포식 행사 땐 외모를 기준으로 부서마다 한명씩 뽑아서 한 달 넘게 공연 연습을 시켰고 그땐 노출 강도가 훨씬 심했다”고 덧붙였다.

25일 오후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제보자는 페이스북 폭로에서 이날 병원의 근로조건 문제도 제기했다. 제보자는 “저희는 법적으로 보장된 연장수당도, 연차수당도 못 받고 있었고 저희의 근로조건을 정해놓은 임금규정 등을 전혀 볼 수 없게 돼 있었다”고 했다. “제 월급이 어떻게 책정된 건지, 제대로 계산된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병원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규정을 보여줄 수 없는 게 병원 규정이라고 했다”고도 적었다.

또 “신부님이 사택을 옮기면 이삿짐을 옮기려 직원들이 차출돼 띠를 두르고 병원 안내를 했다. 병원이 건물을 지어 이사를 하면 근무가 끝나고도 이삿짐을 나르고 병원을 청소하고, 병원 행사가 있는 날엔 높으신 분들 태우러 운전기사 노릇도 해야 했다. 조무사님들도 어디 가라 저리 가라 한마디에 병동이 바뀌고 기준도 없는 승급과 승진에 줄서기가 만연하고,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종교를 강요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지난달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을 통해 제기된 각종 수당 미지급, 식사 시간 20분, 야간 근로동의서 강제작성 등 의혹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15일 현장 조사를 마쳤다. 약제 대리처방 의혹에 대해서는 대구 남부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병원 측은 “신부님 이삿짐을 나르게 했다거나 높은 분들 운전을 시켰다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로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종교 강요에 대해선 “가톨릭 계열 병원이다 보니 신자가 아니더라도 아침 조회 때 다같이 기도를 하면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걸 종교 강요로 확대 해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진무·김형규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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