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까지 '조작'이라는 홍준표

허남설 기자 2017. 12.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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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선 때부터 언론·여론조사·온라인 댓글을 ‘가짜’로 규정
ㆍ보수정부 여론 공작엔 침묵…“보수결집용 적반하장” 지적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사진)가 각종 이슈에 ‘조작설’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대선후보 당시 언론·여론조사 조작을 주장한 데 이어 최근엔 온라인 댓글을 조작으로 규정하더니, 이제는 검찰의 증거 조작설을 제기했다.

여당 시절 국가정보원·군이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론공작에 대해선 사과 없이 외면하면서, ‘보수결집용 조작설’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대법원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무죄를 확정한 직후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3일에는 페이스북 글에서 “아무런 친분도 없고 사실상 안면도 없는 사람이 돈 1억원을 줬다고 얽어매려다 보니 사전에 만나 돈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고 검사가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를 “모두 정권의 요구에 의한 청부수사”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증거를 만들어 하는 수사는 언젠가 반드시 들통난다”며 “나 같은 사람을 수사할 때도 증거조작을 서슴없이 하는데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수사는 오죽하겠냐”고 했다. 당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검찰이 아직도 증거조작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홍 대표와 한국당이 ‘조작설’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때부터 언론·여론조사 조작을 주장했다. 홍 대표는 지난 23일 “친정부 관제 언론” “포털과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 “여론조작기관”이라면서 “SNS조차도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댓글조작으로 한국 사회는 이제 괴벨스가 통제하는 빅브러더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조작설을 유포하는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군 사이버사령부가 저지른 ‘진짜 여론조작’ 시도인 댓글공작 증거에는 침묵하면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지지율 열세를 ‘조작’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의 증거조작 주장 또한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은 없는’ 판결이란 비판을 고려하면 마찬가지다. 각종 조작설로 강경보수층을 결집시켜야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궤멸된 보수’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 밝힌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 국민투표’란 공약도 뒤집었다. 표면상으로는 개헌 쟁점 사안에 대한 국회 내 합의가 안됐다는 점을 들어 국회가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지방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화두가 되면 ‘정권심판론’이란 명확한 대여전선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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