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수부, 세월호 조사 방해 감사 '제 식구 감싸기'

김원진 기자 2017. 12. 24. 14: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를 방해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해양수산부가 자체 감사 과정에서 소속 공무원들의 진술만 듣고 청와대와 주고받은 e메일 내용은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감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를 진행한 감사관과 감사담당관 모두 해수부 출신이어서 처음부터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황 의원은 최근 해수부에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와 업무용 e메일을 주고받았을 당시 e메일 사용자 실명과 직책 △해수부 감사관실에서 확인한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 문건 사본과 당시 청와대와 수·발신한 업무용 e메일 사본 제출을 요청했다.

황 의원실의 요청에 해수부는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은 해수부 자체 서버에 보관 중이던 e메일 목록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당시 대통령 비서실과 e메일 등으로 협의 했던 정황은 관련 공무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 받은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해수부의 설명은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은 e메일 목록에서 확인했지만, 해당 문건과 관련해 대통령 비서실과 e메일로 협의한 내용은 진술로만 파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16가족협의회·4.16국민조사위원회·4.16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 조사 방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 때문에 해수부가 디지털 포렌식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특조위의 조사방해와 관련된 감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진술이 나왔다면 진술을 토대로 당시에 청와대와 주고받았던 e메일과 책임자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기본”이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 했다고 하나 자체 감사는 대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9월18일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박근혜 정부 시절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이후 지난 12일 해수부 감사관은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축소하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책임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부실 조사란 비판이 나왔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진술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퇴직 공무원들은 조사하지 못했지만 부실 감사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할 정도면 부실 감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추가 답변을 들으러 검찰의 해수부 압수수색이 있던 22일과 24일 해수부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같은 부처 출신 감사관과 감사담당관이 수십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을 감사하는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의 고위공무원으로 분류되는 감사관(2급)과 부이사관(3급) 혹은 서기관(4급)이 맡는 감사담당관은 개방형 직위다. 부처 재량에 따라 외부 공모나 내부 인사 선임으로 감사관·감사담당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부처는 소속 공무원 중에서 감사관을 선임하는 걸 선호한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감사관은 국장급 직위이기 때문에 하나의 ‘자리’다. 외부에서 사람을 임명하면 국장급 자리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농식품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환경부는 모두 고시 출신의 자체 출신들이 감사관이나 감사담당관을 맡고 있다. 법무부는 사법고시 출신 인사가 감찰관으로 있다. 반면 교육부와 국토부는 검사 출신이 감사관을 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원 출신이 감사관으로 있고 고용노동부도 외부 인사가 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소속 공무원 누구나 감사관을 맡을 수 있게 한 현행 제도 역시 문제란 지적도 있다. 공공감사법 제11조를 보면 자체감사기구를 두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감사기구 장은 감사·수사·법무, 예산·회계, 조사·기획·평가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5급 이상 공무원에게 자격이 부여된다. 이중 ‘조사·기획·평가’ 업무는 사실상 모든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누구나 감사 담당자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