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급락 '블랙프라이데이'..이제 버블 터지나

금융증권부 2017. 12. 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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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주요 가상화폐들이 30~4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22일 오후 5시 32분 비트코인 가격(빗썸 기준)은 전날보다 19.96%(430만원) 내린 172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 3위인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캐시는 각각 28.13%, 35.77%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가 앞으로 계속 하락해 버블이 터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 정도의 동반 하락세는 이전에도 자주 있었던 현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매도세가 진정되고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이번 ‘가상화폐 급락’에 대한 의견이다.

◆ 정유신 서강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 “펀더멘털에 대한 분석없는 투기적 가격은 결국 내려”

기본적으로는 너무 빨리 올랐다. 주식처럼 움직이는 것인데 이런 정도로 움직이는 주식은 없다. 한해 들어와서 몇십배씩 올랐다.

물론 이게 나중에 신산업과 발달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냥 펀더멘털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이 화폐적인 성격은 아닌 것이다. 화폐나 전자결제시스템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일본도 가맹점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계속 오를 것 같다면 누가 물건을 사려고 할지가 의문이다. 결국 실수요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런 고민 없이 기대감으로만 가격이 올랐다는 게 버블, 투기적인 요소가 강해 그런 버블이 빠지는 것이다. 주식같은 경우에는 펀더멘탈로 볼 수 있는 연간 매출액, 이익 등이 있는데 가상화폐는 없다.

비트코인을 실질적인 거래의 수단으로 쓰는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상당히 있다. 많은 사람들이 쓰려고 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 분석을 해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분석이 없었다.

선물이라는 것은 현물의 가격을 헷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하는데 지금은 투기이기 때문에 현물이 오르면 선물도 올라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기능들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너무 단기간에 빠르게 올랐다는 것, 어떤 가격이든 급격하게 올라가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근본적인 것은 이게 왜 이렇게 올라야 하고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냐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논의가 많이 나와야 하고 앞으로는 실수요가 앞으로 어떻게 늘어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줘야 한다.

◆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시세 등락은 일상적...최근 몇개월간 이상 상승세 보인 것 뿐”

우리가 몇개월간 까먹고 있었던 사실은, 가상화폐 거래 시장은 항상 이렇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원래 이렇게 떨어지기도 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등락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요 몇 달간만 계속 오르기만 한 것이다.

거품이 있다면 빠질 수 있겠다. 그런 지적도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세가 너무 많이 오른 감이 있다. 어디까지 거품인지는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많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다. 어떤 자산이든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되는 시점이 온다. 아직은 아주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세 하락 원인으로 떠오르는 것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내부자 거래 의혹이다. 항상 강조하고 싶은 점은 거래소들이 이제 신뢰성·투명성·사회적책임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업 초창기라서 그렇다’는 거래소들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내 거래소 ‘유빗 파산 사건’은 외신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본다. 일본 거래소 ‘마운트곡스’ 파산에 비하면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장 전에 기관들이 아주 크게 숏(매도) 포지션을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금융기관들이 선물 거래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재까지 필요한 비트코인 현물을 계속해서 사들였는데, 필요한 수요를 다 확보해 수급상 하락 요인이 있었을 수 있다.

급등락을 반복하던 비트코인캐시는 투기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캐시를 샀을 것 같지 않다. 노드가 충분히 분산되고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 있다. 공공 블록체인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

◆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도미노 매도 여파…하락 끝난 뒤 일주일 지켜봐야”

사실 이 정도의 동반 하락세는 이전에도 자주 있었던 현상이다. 어차피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인 만큼 누군가가 팔기 시작하면 그 동안 과도하게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따라 파는 도미노 현상으로 가격이 급격하게 빠지는 것이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내리는 것으로 볼때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본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에 출렁이고, 그것이 전체 시장의 약세로 퍼지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등락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오늘 잠깐의 조정장으로 생각하고 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다시 빠지면 가격은 더 빠질 수밖에 없다. 하락세가 진정되고 가격이 보합권에 머무는 기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 이후를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거시경제 전공) “미래기술에 대한 베팅...버블인지는 지나봐야 안다”

지금 비트코인 가격 변화를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 가상화폐 투자는 미래 기술에 대한 베팅의 성격이고 버블인지 아닌지는 추후 진짜 가격 붕괴가 와서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그때 이런 붐이 거품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책 당국이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상당히 늦었다. 만약 정책으로 통제하고자 했다면 아주 일찍부터 초기에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투자자들이 빠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온전히 자기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50명 중 2명만 찬성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급등락은 당연한 일...거래소 투명성 강화 필요”

비트코인같은 자산이 급격한 가격 변동에 노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폐라기보다는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띄고 있고, 자산 공급 제한이 있어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하고 수요가 빠지면 가격이 급락하는 급격한 자산 가치 변동을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생한 비트코인 가격 급락 사건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너무 놀라운 상황이 되지 않도록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반대다. 지금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래소들을 조금 더 중립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거래를 어떤식으로 처리하고 누가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 이런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 정호석 세움 대표 변호사 “가상화폐·블록체인 기술 지지하더라도 투자는 경고해야”

가상화폐의 기술이나 가치 잠재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폭락의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잠시 조정기를 거쳐 다시 오를 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가상화폐 폭락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폭락한다고 불안해하고 폭등한다고 좋아하면 결국 투자자만 손실을 볼 수 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시세에 대해 민감해 하는 사람이라면 투자를 안해야 한다. 손해볼 가능성이 너무 크다. 30~50% 씩 빠지는 경우도 수 개월에 한번씩 있어 투자 위험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여 시세가 심각하게 불안해지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 정부는 사실상 (이런 현상을) 방치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투자자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

개인적으로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을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투자를 위해 가상 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과열돼 있다.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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