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긴장감에서 안도감으로..'극과 극' 오간 신동빈 선고 현장

박진영 기자 2017. 12. 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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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및 총수 일가 경영비리 관련 1심 선고 현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혐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날 법원은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사진=뉴스1


"판결을 선고한다. 주문, 피고인 신동빈 징역 1년8월, 2년간의 집행유예."

22일 3시4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자 방청석에서는 낮은 안도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이날 열린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비리 선고 공판은 오후 2시 재판부가 입정하며 시작됐다. 재판부쪽에 가까운 곳으로 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가 차례로 착석했다. 신 회장의 표정에서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고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뒷줄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소진세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과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이 착석했다.

방청석 둘째줄에는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셋째줄에는 신 전 부회장 아내인 조은주 여사가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긴장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기소 범위가 넓고 치열하게 다퉈 쟁점이 많아 판결문만 370페이지 정도"라고 운을 떼자 법정 내 무게감이 더해졌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에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을, 주요 경영진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신 회장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아 그룹 내에서도 최초의 '총수부재' 사태 가능성에 위기감이 극도로 컸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채 마지막으로 입정한 신 총괄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시작 5분여만에 자리를 비웠다. 신 전 부회장은 옆자리에 배석한 동시통역사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재판부는 △일본 롯데 주식 증여 관련 증여세 포탈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관련 배임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신동주 서미경 신유미 급여 지급 횡령건 △비상장주식 고가 매도 배임 건 △롯데 ATM 도입시 롯데기공 끼워넣기 배임 등 혐의에 관해 공소요지를 1시간 30분여에 걸쳐 설명했다.

신 회장은 영화관과 매점 배임과 관련 신 총괄회장과 공동정범에 해당된다고 재판부가 말하자 어두운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지만 재판부가 신 회장과 황 대표가 기소된 롯데기공 끼워넣기와 관련해 모두 무죄,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 유승증자 배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언급하자 안도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신격호 총괄 명예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혐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날 선고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은 징역1년7개월에 집행유예 2년, 신격호 명회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고령을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뉴스1


3시 30분 재판부가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신 회장은 자세를 앞뒤로 고쳐앉고 두 손을 모으며 초조한 모습으로 경청했다. 재판부가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범행은 그룹과 회사에 피해를 줌은 물론 성실하게 일한 임원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안긴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진 주문 선고에서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에 대해 4년의 징역과 35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선고 때 법정에 다시 들어온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온전치 않은 가운데 "안나간다"며 다소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은 건강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윽고 재판부가 신 회장에 대해 선고를 내렸다. 징역 1년 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신 회장과 사장단, 방청석의 직원들은 안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에서도 조용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지시가 그릇된 것을 알면서 가담했고 실제 범행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으로 얻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간접적 이익을 얻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 사정을 고려할 때 경영활동에서 격리해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보다 경영 형태를 바로잡아 우리 사회와 국가경제 발전에 실질적 기여를 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사유를 설명하자 신 회장은 무게를 느끼듯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채 전 사장에도 징역 10월, 2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나머지 사장단의 경우 무죄가 선고됐다.

법정을 빠져나가는 롯데그룹 직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최악의 경우를 피해 크게 위안이 된다"며 반색했다. 신 회장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짧은 심경을 밝히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박진영 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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