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의 끌려서] 귀여운 보스 이원근, 눈웃음에 얽힌 반전

2017. 12. 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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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사진=유본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우리는 왜 공포영화, 추리물을 좋아하는가. 언제부터 ‘츤데레’라는 말이 유행하고 그에 속하는 부류의 인기가 높아진 건가. 그 이유를 두고 모두가 입 모아 말한다. 바로 ‘반전매력’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올 때 놀라면서도 호기심을 느낀다. 호기심은 호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호기심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이원근이 연기하는 황보 율은 YB그룹 창업주의 막내 손주이자 스포츠 사업부 이사다. 드라마 속 재벌가의 필수적 인물인 골칫덩어리이자 문제아다. 직장을 왜 나오느냐고 묻는다면 “밥 먹으러”가 대답이고, 목표가 무엇이냐고 하면 “1년 안에 비서 100명 쫒아내기”다. 이렇게 얄미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황보 율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딱 두 가지, 해맑은 눈웃음과 은연중에 나오는 깊은 생각이다.

드라마는 황보 율을 마냥 얄밉고 철없는 재벌3세로 그리지 않는다. 황보 율은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들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하는 인물이다. 출근하면 회사 사람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인사하며 컨디션을 체크한다. 비록 껄렁대는 태도 때문에 진지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액션이다. 회사에 오자마자 큰소리로 인사하며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원근(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오랜 정통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유독 튀는 사람도 황보 율이다. 남치원이 YB그룹에 입사하기 전 자신의 집안을 찾아왔을 때 상황이 그렇다. 집안 어른들은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치원의 행동을 나무랐다. 황보 율은 소신 있게 옳은 말을 내뱉는 남치원에 눈을 반짝이며 “멋있다”고 쫓아 나간다. 생각 없는 막내 같아도 어떤 게 제대로인 건지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통찰력은 또 다른 장면에서도 나온다. 황보 율은 관심과 간섭의 차이를 묻는 남치원에 대답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방은 구했냐, 어디냐’ 질문을 퍼붓는다. 짜증을 내는 남치원에 황보 율은 “이렇게 느끼면 간섭, 걱정과 애정의 마음으로 묻는 내 입장에서는 관심”이라고 말한다. 참 명쾌한 답변이다. 황보 율의 이 한 마디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급변시키면서 자신의 이면을 제대로 드러낸 계기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황보 율의 유행어 격인 “밥 먹자”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점심시간만 되면 칼 같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기를 원한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유대감의 상징이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식사 제안을 하는 황보 율은 친화력이 상당한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누가 자신에게 먼저 밥 먹자는 법이 없어 자신이 말을 건네는 걸 보면 이 제안은 반대로 이기적인 외로움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이원근은 서브 주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해맑은 황보 율을 연기하며 서브 스토리를 생기 있게 이끌어나간다. 황보 율만 등장하면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지면서 이야기는 술술 전개된다. 이유가 있다. 이원근의 귀여운 눈웃음과 황보 율의 속 깊은 캐릭터는 능청스럽게 어우러져 호기심과 호감을 자아낸다. 츤데레계에 또 다른 카테고리의 반전매력이 탄생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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