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SC] 아직도 홍콩에서 먹기만 하니? 나는 힐링한다

2017. 12. 21. 10:36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이킹 코스와 해변에서 만나는 색다른 홍콩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가 강점
'심포니 오브 라이트' 14년 만에 새단장
쇼핑몰 '하버시티'는 해넘이 전망대로 변신

[한겨레]

피크 전망대부터 루가드 로드를 따라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를 걷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홍콩섬과 주륭반도까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박다해 기자

빼곡히 들어선 낡은 고층빌딩으로 쪼개진 하늘, 어지럽게 널린 네온사인 간판, 덜컹거리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 량차오웨이(양조위)의 집이 살짝 보일 것만 같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등. 한때는 ‘홍콩’ 하면 이런 모습이 전부인 줄 알았다. 딤섬과 차, 완탄면부터 달콤한 디저트까지 입맛을 한껏 돋우는 음식을 맛보면 홍콩 여행이 완성되는 줄 알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도심의 모습을 감상하거나 미식을 즐기는 것만으로 홍콩의 매력을 전부 설명하긴 어렵다. 한 해를 마무리할 무렵 홍콩을 찾는다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오롯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곳을 찾는 건 어떨까.

마천루 숲 내려다보며 걷는 ‘피크 트레일’

피크 트램을 타고 홍콩 서쪽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에 올라갔다면, 내려올 땐 두 발을 믿어보는 것도 좋다. 피크 전망대에서 시작해 루가드 로드를 거쳐 홍콩대학교로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는 딤섬으로 부른 배를 가볍게 하는 데 제격이다. 잘 포장된 도로인데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져 하이킹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걸음을 옮기면, 짙푸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가장 먼저 관광객을 맞이한다. 12월에도 18도를 넘는 따뜻한 날씨 덕에, 한국의 혹한에 움츠렸던 어깨가 절로 펴진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내 탄성이 터진다. 홍콩섬과 빅토리아항, 주룽반도(구룡반도)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나타나기 때문. 가슴이 탁 트이듯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은 땀을 식혀주는, 내 걸음의 동반자가 된다.

?‘피크 트레일’로 불리는 이 하이킹 코스를 걷다보면 산책을 나선 현지인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박다해 기자

홍콩의 14번째 총독 프레더릭 루가드 경의 이름에서 따온 ‘루가드 로드’를 따라 이어진 이 하이킹 코스는 홍콩의 식민지 시절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옛날 ‘피크’ 지역 일대는 조금이라도 더 서늘한 기후에서 살고 싶었던 영국인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즐기는 서양인들을 홍콩 주민들보다 더 자주 마주친다.

루가드 로드와 할렉 로드의 교차점에서 공공화장실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해튼 로드에 들어선다. 해튼 로드를 반쯤 내려갈 무렵 파인우드 배터리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1903년에 만들어진 해안 경비 포대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폭격을 받아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았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영국 식민지 시대 초기 홍콩의 수도, 빅토리아 시티를 나타내는 경계석도 만날 수 있다. 식민지 시대 양식의 건물이 남아 있는 홍콩대학교 캠퍼스를 감상하는 것으로 하이킹 코스는 마무리된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도 넉넉잡아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70% 이상이 녹지라는 홍콩에는 자연 경관을 따라 거닐면서 풍경과 역사를 한데 감상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의외로 곳곳에 마련돼 있다. 섹오 비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드래건스 백 코스, 저우룬파(주윤발)의 고향 람마섬을 걷는 코스, 전체 70㎏으로 이어진 ‘란타우 트레일’ 코스도 추천한다.

홍콩 속 유럽 ‘리펄스 베이’

녹음을 즐겼다면 이번엔 바다다. 홍콩섬 남부의 대표적인 해변 리펄스 베이는 ‘홍콩의 유럽’으로 불리며 호젓하게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완만한 곡선의 해안을 따라 500m 남짓 펼쳐진 백사장에 들어서면 잠시 홍콩에 왔다는 사실을 잊을지도 모른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브런치 레스토랑과 카페, 피트니스센터와 대형 쇼핑몰, 깎아지른 산비탈을 따라 늘어선 집들은 새파란 바다색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홍콩의 유럽’으로 불리는 ‘리펄스베이’는 깨끗하고 조용해 겨울에도 힐링하기 좋다. 박다해 기자

파도가 잔잔해 4~10월에 해수욕 인파가 몰리지만, 겨울에도 햇살이 따뜻해 일광욕을 즐기기 좋다. 뉴스 플랫폼 <버즈피드>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카페’로 꼽은 ‘더 커피 아카데믹스’에 들러 후추가 들어간 ‘아가베’를 한잔 사들고 모래사장을 찬찬히 거닐어본다. 햇빛이 반짝거리고 반사되는 바다 물결을 보며 올 한 해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을 함께 떠나보냈다. 빽빽한 홍콩 도심에서 불과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에서 누리는 색다른 호사다.

해변 끝자락에 자리한 도교 사원 쿤얌 신사를 들러 행운을 비는 것도 잊지 말자. 어부와 바다를 지켜주는 수호신을 모신 이 사원에선 물고기 동상의 입속으로 동전을 던지며 연인을 만나거나 자녀를 얻도록 기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영화 <색, 계>의 촬영지로 유명한 ‘리펄스 베이 멘션’의 ‘더 베란다’ 레스토랑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도 좋다. ‘용이 승천하려면 건물을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필요하다’며 건물에 커다랗고 동그란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놨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대형쇼핑몰 '하버시티'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변신했다. 해가 지는 순간을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박다해 기자

새 단장한 ‘심포니 오브 라이츠’와 ‘하버시티

이미 익숙한 명소도 새롭게 단장해 여행자들을 맞는다. 매일 저녁 8시, 홍콩섬의 밤을 빛과 소리로 장식하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 행사는 올해로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12월부터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2004년 처음 시작한 뒤 약 14년 만의 변신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조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새로운 작품을 고심했다고 한다. 10여분 동안 홍콩의 무채색 빌딩들은 제각기 개성을 지닌 악기로 변신한다.

‘심포니 오브 라이츠’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면 같은 자리에서 뒤를 돌아 ‘펄스 3D 라이트 쇼’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매년 여름과 겨울 각각 한 달씩만 선보이는 이 쇼는 홍콩문화센터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방식을 활용했다. 침사추이의 상징으로 꼽히는 시계탑도 무지갯빛으로 함께 물든다. 이번 겨울에는 홍콩 사람들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용과 눈이 어우러진 영상을 선보인다.

대형 쇼핑몰 ‘하버시티’는 지난 10월 ‘오션 터미널 데크’를 개장해 홍콩 유일의 해넘이 전망대로 변신했다. 풍선을 들고 달리는 아이를 쫓는 엄마도, 100송이는 족히 들었을 법한 커다란 빨간 장미 꽃다발을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남자도, 가운을 입고 졸업사진을 남기던 학생도 주황색 잔향을 남기며 넘어가는 해의 끝자락을 감상하기 위해 시선을 옮긴다. 홍콩섬 빌딩 끝자락에 걸린 해의 찰나를 붙잡으려는 사진가들도 눈에 띈다. 270도에 이르는 파노라마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북적이는 ‘연인의 거리’나 ‘스타의 거리’가 아닌 이곳에서도 ‘심포니 오브 라이츠’를 즐길 수 있다.

홍콩/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SC] 홍콩 여행 팁

올드 타운 센트럴. 박다해 기자

도심 볼거리

올드 타운 센트럴: 동서양 문화가 교차하는 홍콩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 1841년 영국 해군이 처음 상륙한 ‘포제션 스트리트’와 19세기 생활용품을 팔던 노점상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포팅거 스트리트’, 오래된 골동품을 취급하는 앤티크 갤러리부터 신진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피엠큐’(PMQ) 등을 도보로 누빌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벽화를 찾는 재미도 있다.

뱀탕. 박다해 기자

먹을 곳

서웡펀(Ser Wong Fun): 센트럴 지역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인근에 자리한 이곳에선 120년 전통의 보양식 ‘뱀탕’이 유명하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도 미리 뜨악할 필요는 없다. 뱀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 전복과 목이버섯을 넣고 오래 끓여낸 국물에 잘게 찢은 뱀 고기가 들어 있어 닭죽과 비슷한 맛을 낸다.

묵을 곳

더 플레밍(The Fleming) 호텔: 완차이 지역의 호텔. 홍콩섬과 주룽(구룡)반도를 잇는 ‘스타 페리’를 주제로 리모델링했다. 실제로 배를 탄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주변에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가 많아 편리하다. 여행 문의: 홍콩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8-4403.

홍콩/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