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새벽부터 줄섰는데.."'한정판' 들러리된 기분"
국내 최대 면적(1097.5㎡)을 자랑하는 스타벅스 더종로점이 문을 연 20일 오전 6시.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가운데 외투로 무장한 시민들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섰다. 더종로점 개점을 기념해 500부 한정 판매하는 '그린노트'(권당 2만원)를 사기 위해 모인 인파다. 스타벅스는 이날 그린노트 판매 매출 1000만원 전액을 포항 지진 피해 지원 성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혔다.
오전 8시 직원이 고객들에게 그린 노트 매진을 알렸다. 개장 전부터 줄 서 있던 고객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부 고객들은 구매 가능 여부를 사전 고지해주지 않은 데 대해 항의했다. 대학생 A씨(22)는 "수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기다리는 고객들을 조금 더 배려했다면 헛고생할 필요가 없었다"며 "개점일에 분위기 띄워주는 한정판 들러리가 된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충성고객이 많은 스타벅스는 2016년 출시한 한정판 다이어리 가격이 정가의 3~4배 이상에 거래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2017년에는 한정판 다이어리를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500부 한정판 다이어리를 다시 출시하면서 웃돈 재판매 등 부작용이 다시 나타났다. 이날 정오 무렵 중고사이트에서는 그린노트에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스타벅스의 이날 한정판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트를 사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스타벅스 측은 "더종로 스페셜 카드를 구입하려면 마저 기달려달라"고 말했고, 줄을 선 대다수 시민들은 아쉬운 마음에 다시 대기했다. 스타벅스는 스페셜 카드에 대해 수작업으로 직접 마무리한 특별한 디자인 카드라고 설명했다.
30여분을 더 기다린 시민들은 한정판 스타벅스 카드를 사기 위해 매대 앞에 섰다. 하지만 최소 5만원 이상을 충전(스타벅스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구매하는 것)해야한다는 설명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스타벅스 카드의 최소 충전 금액은 5000원이다. 더종로점의 한정판 스타벅스 카드는 이 기준의 10배에 이르는 셈.
직장인 B씨(30)는 "노트를 사려고 왔는데, 이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카드라도 살까해서 기다렸다"며 "줄 서는 내내 안내도 없었고 이제와서 돌아갈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카드를 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충전 최소금액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내했다"고 밝혔다.
한정판 노트, 한정판 카드 판매 행사 뿐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하면 머그컵을 선물하는 기부 머그 행사까지 진행되며 매장에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행사를 안내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와 불만을 품은 고객들의 항의가 매장을 채웠다.
한정판 행사는 계속됐다. 오전 8시50분쯤 매장에는 오전 10시30분 산타 바리스타 발대식 진행을 알리며 "선착순 크리스마스 워터 보틀 세트를 증정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이날 소외계층 어린이 후원을 위한 행사에선 1만원 이상 기부하는 고객 2000명에게 한정판 크리스마트 워터 보틀 세트를 선착순 증정했다 .행사를 1시간여 앞둔 오전 9시부터 매장 앞에 다시 긴 줄이 늘어섰다.
직장인 C씨(32)는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연다는 소식에 구경하러 왔는데, 행사 때문에 너무 어수선하다"며 "한정판 행사가 너무 많아 카페가 아니라 백화점 같다"고 꼬집었다.
대학생D씨는 "일부 한정판 상품은 판매금 등을 성금 기부에 쓴다고 하지만 한정판을 사려고 손님들이 매장에서 수시간을 기다리면서 커피, 음식을 계속 사먹는다"며 "결국 한정판 마케팅으로 업체가 수익을 얻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정판 마케팅이 기업들의 입장에선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한정판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 좋은 전략"이라며 "제품 자체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작은 디자인 변화만으로 제품을 차별화시켜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기부활동(산타 바리스타 발대식)이 진행돼 행사가 많아졌다"며 "의도치 않게 행사로 인해 혼란이 빚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부턴 혼란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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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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