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돋보기] 무리뉴가 첼시 시절 버릴 수 밖에 없었던 '흙속의 진주들'

류형열 기자 rhy@kyunghyang.com 2017. 12.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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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 프로듀셔였던 딕 로우는 1962년 한 밴드의 오디션을 본 뒤 퇴짜를 놓았다. 이 결정은 후에 음반업계 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록됐다. 로우가 거절한 밴드가 바로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즈’였다.

각각 첼시 시절 케빈 데 브라이너, 모하메드 살라, 로멜루 루카쿠(왼쪽부터). 게티이미지코리아

첼시 팬들은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볼 때마다 멍청한 로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첼시 감독 시절 무리뉴가 버렸던 선수들이 현재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고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16연승 행진을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패스 마스터로 발돋움한 케빈 데 브라이너와 14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 맨유의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가 그들이다. 세 선수가 만들어낸 리그 공격포인트만 20일 현재 30골15도움에 달한다. 5700만파운드(약 825억원·데 브라이너 1800만파운드, 살라 1100만파운드, 루카쿠 2800만파운드)에 팔았던 이들의 몸값 평가액도 3억파운드(약 4345억원)까지 치솟았다. ‘흙 속의 진주’를 못알아본 대가 치곤 너무 크다. 세 선수가 맨시티나 맨유, 리버풀이 아닌 첼시에서 함께 활약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첼시 팬들이 얼마나 배가 아플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무리뉴에게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데 브라이너는 2013~14시즌 초반만 해도 무리뉴의 계획에 있었다. 기회를 주었지만 살리지 못한 건 데 브라이너였다. 아자르와 후안 마타, 오스카, 윌리안 등 경쟁자들이 막강했다. 거듭되는 임대에 지친 데 브라이너가 완전 이적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던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6개월 뒤 데 브라이너는 볼프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했다. 살라 역시 첼시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2014년 1월 첼시에 합류했을 때 무리뉴는 “살라는 빠르고 창조적이다. 아르연 로번과 비슷한 재능을 지닌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살라는 13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첼시에서 실패작이었던 살라는 올 시즌 리버풀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루카쿠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다. 첼시를 떠나 에버턴에서 재능을 꽃 피웠고 지금은 맨유의 대표 골잡이로 성장했다.

사실 2014~15시즌의 첼시를 보면 이들이 떠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당시 첼시는 리그에서 단 3패만 기록하며 우승한 최강팀이었다. 첼시 레전드인 존 테리는 19일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당시 결정은 불가피했다. 첼시는 최강이었고, 그들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싸워야 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무리뉴로선 가능성만 보고 기회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리뉴가 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기보다는 인연의 기적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류형열 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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