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취재에 무차별 폭력..일부 주장 사실과 달라

김달아 기자 2017. 12. 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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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피해 기자들 입원 치료
언론단체, 中정부 사과 촉구
"언론 냉담 현실 가슴 아파"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댓글창은 ‘기레기’로 도배됐다. ‘기레기짓 하다 맞았다’거나 ‘출입금지 구역을 취재했다’ 등의 억측이 댓글을 통해 사실인 양 퍼져 나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 등에 따르면 이같은 댓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이날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맞은편 홀로 이동하는 문 대통령을 뒤따르던 기자들은 중국 경호원들에게 이유 없이 가로막혔다. 정상적인 취재활동이 제지당하자 기자들은 비표를 보여주며 항의했다. 그러자 중국 경호원들은 고영권 한국일보 기자의 멱살을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이어 반대편 홀 입구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 10여명은 이충우 매일경제 기자를 둘러싸고 주먹질, 발길질하며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얼굴을 가격당해 눈·코 뼈가 부러진 이 기자와 허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한 고 기자는 15일 귀국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부상 정도가 커 당장 퇴원을 기약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자는 ‘문 대통령의 외교 일정에 누가 되지 않을까 만을 걱정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중국 측 경호원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한국 사진기자들이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승환 매일경제 기자·서재훈 한국일보 기자)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주중외신기자협회(FCCC), 국경없는기자회(RSF), 국제기자연맹(IFJ) 등은 14~15일 각각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에 사과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청와대도 중국 정부를 향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미온적 반응만 내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국내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댓글을 인용해 ‘기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악의적으로 보도했다.

사건 이후 억측을 해소하는 기사가 여럿 보도됐는데도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들은 기자들이 △방중 정보는 기사화하지 않다가 기자 폭행건만 보도했다 △경호라인을 어겼다 △취재금지 구역 출입 △원거리 비표를 가진 기자가 근거리에서 취재했다 등의 이유로 비난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사건 발생 전에도 방중 기사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출국한 13일부터 폭행 사건이 처음 보도된 14일 오후 3시30분경까지 네이버에 등록된 관련 기사는 1220여건에 달한다.

경호라인을 어기거나 취재금지 구역을 출입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19일자 보도에서 “주중대사관 측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경호원들이 기자들의 취재활동에 과잉대응하다가 집단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며 “별도의 취재통제라인은 없었으며…근접취재 불가 규정을 어긴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원거리, 근거리 비표도 나뉘어 있지 않았다. 당시 풀단으로 현장에 있었던 박지환 CBS 기자는 “기자들은 행사참가 비표 외에 취재용을 추가로 받아 2가지 모두를 목에 걸고 있었다”며 “특히 폭행을 당한 두 분은 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기자였기 때문에 경호원들은 우리를 취재진이라고 인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기자는 “기자단은 문 대통령이 사드 갈등 등으로 무너진 한중관계를 어떻게 복원하는지 애정을 가지고 취재하고 있었다”며 “댓글에서 기자들이 희화화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방중 취재진뿐 아니라 기자 대부분이 이번 일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종합일간지 5년차 기자는 “폭행당한 기자가 나인 것 같다. 이제 기자가 어떤 직업을 낮잡아 부르는 말의 대명사가 된 것 같아 참담하다”며 “나름대로 사회 공동체, 공적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밑바닥을 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올 초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폭행당했던 한 기자는 “그땐 ‘기자들 수고한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몇 달 만에 달라진 댓글에 놀랐다”며 “공고한 신뢰를 쌓을 때까지 언론에 대한 여론이 녹록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사례”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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