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철로 운행 첫날, 달리던 열차가 고속도로 덮쳤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 12. 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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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애틀 암트랙 탈선 사고]
8년간 2000억원 투입 개통한 날 최소 3명 사망, 100명 넘게 다쳐
"시속 129km 달려, 과속 가능성 커"
과속 때 자동으로 속도 줄여주는 PTC가 작동 안했을 가능성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잇는 캐스케이드 철도에서 18일(현지 시각)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이날은 지난 2009년부터 1억8000만달러(약 1950억원)를 들여 철도 선형 등을 개선한 새 캐스케이드 철도 구간을 개통하고 첫 운행에 나선 날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캐스케이드는 숲과 협곡 사이를 지나 미국 북서부에서 가장 경치 좋은 철도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오전 7시 33분쯤 암트랙(전미여객철도공사) 501 열차가 시애틀 남쪽 64㎞ 지점 5번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철로에서 탈선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기관차 2량과 객실 12량 등 총 14량 중 13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132t에 달하는 기관차는 5번 고속도로 남쪽 방향 차로 위로 추락했고, 2량의 객차도 고가철로 난간에 매달렸다. 당시 열차에는 77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이 탑승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고속도로를 지나던 승용차 5대와 트럭 2대가 추락한 열차와 충돌해 크게 파손됐고, 많은 양의 콘크리트 더미가 고가철로에서 쏟아져 내려 워싱턴주에서 가장 복잡한 5번 고속도로는 남쪽 방향이 온종일 통제됐다.

열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갑자기 열차가 흔들리면서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열차 유리창이 깨졌고, 앞좌석에 머리를 부딪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현지 방송에 증언했다. 일부 승객은 발로 열차의 유리창을 차 깨뜨린 뒤 탈출했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사고 직후 연방정부 당국자는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사고 지점을 관할하는 듀폰트시의 래리 크릭모어 소방서장은 "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정정했다. 지역 병원네트워크인 CHI 프랜치스칸 헬스의 케어리 에번스 대변인은 "부상자 중 4명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피어스카운티 경찰국의 에드 트로이어 대변인은 "(3명의) 사망자는 모두 (탈선해) 숲속으로 튕겨 들어간 객차 안에서 발견됐다"며 "고속도로에서 (추락한) 열차와 충돌한 차량의 탑승자들은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신설 노선 운행에서 과속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주 교통 당국은 지난 10월 "새로운 노선을 이용하면 워싱턴주 타코마와 올림피아 등지에 사는 주민들의 여행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홍보 자료를 내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AP통신은 "사고 당시 열차는 규정 속도보다 훨씬 빠른 시속 129㎞로 달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열차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 탈선의 위험이 있거나 사고 위험이 있을 때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장비인 열차통제장치(PTC)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NYT는 "내년 말까지 미국 내 모든 철도에 PTC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사고 구간에 이 장치가 설치돼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리처드 앤더슨 암트랙 대표는 이날 "PTC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경찰과 운송안전국은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는 이날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섣불리 과속 운행이나 신설 선로 부실 공사 등으로 사고 원인을 속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0명의 조사 요원을 파견해 사고 원인을 정밀조사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의 도로와 교량, 터널, 철도가 무너져 내리는데 중동에 7조달러를 썼다"며 "인프라 투자계획이 빨리 인준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고"라는 엉뚱한 글을 올렸다가 구설에 올랐다. 이 철도가 신설된 노선임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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