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유서 공개.."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bok 2017. 12.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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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27·본명 김종현)의 유서가 공개됐다.

종현은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4인조 모던 록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종현의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린다”며 종현의 유서를 공개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며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 거야? 좀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라며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안녕”이라고 글을 매듭지었다.

나인은 고인의 유족과 논의 끝에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나인은 종현이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진행을 맡을 당시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종현이 자리를 비워야 할 때면 특별 DJ를 맡는 등 친분을 이어왔다.

※ 이번 소식으로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거나 우울감이 가중 된다면 자살예방전화 1577-0199, 복지부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다음은 유서 전문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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