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안희정 3선 불출마..문재인·노무현·김대중 누구의 길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18일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기까진 예상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안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불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현재로서는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것. 유력 차기 주자로 꼽히는 안 지사이기에 이날 불출마 선언을 놓고 많은 분석과 전망이 나온다.
그간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도지사 3선 도전 대신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원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3선 도전이 유력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 체급 높여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이재명 성남시장과는 다른 제3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가 된다.
앞으로 안 지사에게 다가올 길과 넘어야 할 고비는 무엇일까.
◆내년 8월 당권 도전: 文의 길
안 지사가 고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내년 8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와 현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8월로 끝난다. 안 지사는 도지사 임기를 마친 후 출마할 수 있다.
'대권 주자' 안 지사의 당권 도전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바로 '문재인의 길'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도전에 실패한 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 후 당을 장악한 뒤 2016년 총선에서 '문재인 키즈'를 대거 공천해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을 받는다.
안 지사 역시 내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쥔다면 2020년 8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즉 그해 4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가지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당내 소수파인 안 지사가 '친안 세력'을 대거 원내에 진입시킬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의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의 든든한 후원세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길에 고려할 성격이 있다. 현 정부의 차기 경쟁이 너무 조기에 과열된다는 점이다. 안 지사의 부상을 탐탁해 하지 않는 여권 내 세력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현직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안 지사가 당 대표로 출마하면 반대 세력에서는 대항마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같은 '친노' 뿌리를 공유하는 두 세력이 너무 일찍 '외나무다리 승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2기 내각 입각: 노무현의 길
안 지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길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 꾸려질 문재인정부 장관 등으로 입각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어갔던 길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출마 전에 김대중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돼 1년 정도 장관직을 수행했다.
이는 2000년 총선에서 지역주의에 도전해 부산에 출마했다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을 배려해 국정 경험을 쌓아주려는 의도였다. 노 전 대통령도 이 1년간의 장관 경험이 훗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안 지사가 당권 도전 대신 국정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인데, 문 대통령도 지난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정치인들을 내각에 적극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부겸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에 기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 지사가 내각에 합류한다면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을 살려서 자치 업무를 담당하는 김부겸 장관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충남지사로 재직하며 '3농 혁신'에 역점을 둬온 만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가능하다.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고려해 국무총리를 맡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차기 주자로서 너무 일찍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는 여권 내 모든 세력에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또 지난 경선 당시 '대연정'을 내세우며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치를 강조한 바 있어 '적폐청산'을 앞세운 문재인정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점도 입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해외 유학 등 내공 수행: 김대중의 길
해외 유학 등을 통해 차기 대선까지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1992년 대선에서 실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택한 방식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결에서 패배하자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으로 떠나 정치적 휴식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진 후 귀국해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1995년 지방선거에서 '지역등권론'을 내세우며 정계에 복귀했고 1997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안 지사 역시 여권 내 갈등을 피하고 내공을 쌓기 위해 휴식기를 가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내세웠던 대연정이나 '국민안식년제' 등이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다.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 해도 현재 서울 합정동에 있는 안 지사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등을 통해 전문가 그룹을 만나며 공부할 수도 있다.
다만 집권여당의 경선에서 2위였던 대선 주자가 유학의 길을 나서는 것이 소극적이고 용기 없는 행보로 보일 수 있다.
◆재보궐 출마 가능성 낮아 보여
안 지사가 '현재까지는'이란 단서를 명분 삼아 상황이 바뀌었다며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그럴 경우 두 달 정도 남은 도지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도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된다. 그간의 정치 행보를 통해 명분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온 안 지사가 쉽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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