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시달린 초등생, 8층서 투신.. 목숨 건졌지만
"학교와 가해자측 은폐하려 해".. 학교 "법적절차 따라 사안다뤄"
서울의 한 초등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투신해 중상을 입은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에게 전학 및 출석정지 등 처분을 내렸다.
18일 서울시교육청과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성동구의 모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같은 반 B, C, D군에게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A군은 지난달 19일 'B, C, D에게 괴롭힘을 당해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품은 채 아파트 8층 자신의 방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에 가족이 있었지만, 방문이 닫혀 있어 막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을 건진 A군은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A군은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을 거쳐 최근 퇴원했다.
A군 측은 지난 4일 학교와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교육지원청은 이튿날 학교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학교는 11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B군에게 전학 처분을, C군과 D군에게는 출석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 처분이 불가능하다. 학교 측에선 최고 수준의 처벌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담임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A군이 가해 학생과 문제가 있음을 알고 지도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내용은 18일 인터넷에 "저는 서울 성동구 ○○초등학교 6학년 ○반 ○○○ 엄마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이 퍼지면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B군 등이 아이를 폭행하고 성적(性的)으로 괴롭혔다"며 "성동구의 다른 초등학교 교사인 B군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이를 알렸으나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주의를 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로 떠난 수학여행에서는 같은 방을 쓰면서 집단 구타하는 등 학대를 저질렀다"며 "학교와 가해자 측에서 (학교 폭력)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 폭력을 막지 못한 학교 측 대응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학교 측은 이날 오후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지 않았고,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사안을 다뤘다"며 "충분한 조사를 거쳐 가해 학생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형법상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소년부 송치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터넷에 글이 올라온 경위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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