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시대 재위한 국왕 유해 귀환 놓고 이탈리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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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시대에 재위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유해가 사후 70년 만에 귀환한 것을 놓고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주제가 폐지되기 1개월 전인 1946년 5월까지 46년 간 이탈리아를 통치했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유해는 그의 서거 70주년을 2주 앞둔 17일(현지시간) 그가 망명 도중 사망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사보이 왕가의 가족 묘소인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쿠네오 인근의 비코포르테 성당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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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파시즘 시대에 재위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유해가 사후 70년 만에 귀환한 것을 놓고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주제가 폐지되기 1개월 전인 1946년 5월까지 46년 간 이탈리아를 통치했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유해는 그의 서거 70주년을 2주 앞둔 17일(현지시간) 그가 망명 도중 사망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사보이 왕가의 가족 묘소인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쿠네오 인근의 비코포르테 성당으로 옮겨졌다.
그의 유해를 담은 관은 이날 사보이 왕가의 휘장으로 덮인 채 이탈리아 공군기에 실려 고향 땅에 도착했다. 송환된 유해는 지난 15일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먼저 옮겨온 몬테네그로 출신의 아내 엘레나 왕비의 유해 곁에 묻힐 예정이다.
그가 파시즘 정권의 탄생을 막지 못하고, 유대인 박해에 공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유대인 단체와 파시즘에 저항한 게릴라단체는 이번 송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유대인공동체연합의 노에미 디 세니 회장은 "파시즘 정권의 급부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파시즘 정권과 파시즘 정권이 자행한 폭력의 공모자"라며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 아래 그의 유해가 송환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역사상 마지막에서 2번째 국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파시스트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1922년 권력을 잡는 것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 유대인의 차별과 박해로 이어진 1938년 인종주의 법안을 승인함으로써 유대인 학살에도 협조 내지 공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이탈리아 군주제를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1946년 5월 왕위를 움베르토 2세에게 넘기고 물러났으나, 이탈리아 국민은 그의 퇴위 1개월 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군주제 폐지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가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끈 파시스트 정권과 공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국민투표 직후 이집트 망명길에 올라 이듬 해 12월에 망명지인 알렉산드리아에서 사망했다.
파시즘에 항거한 유격대원들로 구성된 단체인 ANPI의 카를로 스무랄리아 전 회장도 이번 송환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ANSA 통신에 "그의 유해를 엄숙한 의식 아래 국가가 나서 송환한 것은 (파시즘에 맞선) 역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양심과 충돌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증손자인 에마누엘레 필리베르토는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귀환한 증조부의 유해가 안치될 올바른 장소는 판테온"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각에서는 그의 유해 이장 장소를 놓고도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고대 로마의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건축됐다가 7세기 초 가톨릭 성당으로 용도가 변경된 판테온에는 통일 이탈리아의 첫 왕이자 이탈리아의 국부로 추앙받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와 그의 후계자이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아버지인 움베르토 1세,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 등의 무덤 등 이탈리아 역사에 중요한 인물들의 유해가 자리해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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