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7 세계]②반기성정치 - 무능한 기득권에 염증..신생정당·정치인 '돌풍'

최희진 기자 2017. 12. 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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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마크롱 ‘중도’ 유권자 공략…신생 앙마르슈 제1당으로
ㆍ이탈리아 오성운동 ‘파란’…오스트리아선 자유당 득세

왼쪽부터 이탈리아 오성운동 창립자 베페 그릴로, 오스트리아 하인츠 크리스타인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난 50여년간 프랑스 정치를 움직였던 좌·우 양당 구도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의회 의석이 없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에마뉘엘 마크롱(40)이 돌풍을 일으키며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기성 정치권에 반기를 든 정당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득세했다.

마크롱은 지난 5월 대선에서 66%의 득표율로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을 꺾고 당선됐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1차 투표의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대통령을 배출했던 중도 우파 공화당과 중도 좌파 사회당은 이번 대선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 셈이다. 마크롱은 50여년을 이어온 양당 중심의 주류 정치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어진 총선에서도 공화당과 사회당은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마크롱의 앙마르슈(308석)와 민주운동당(42석) 연합이 전체 577석의 60%인 350석을 차지했다. 공화당은 112석을 가져가며 그나마 제1야당이 됐지만 사회당은 29석을 얻는 데 그쳐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다. 프랑스 주류 좌파는 정치적 파산을 맞았다.

마크롱은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중도’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기존 정치권은 좌·우로 나뉘어 있었으나 마크롱은 ‘중도 혁신주의자’ 대 ‘좌·우 보수주의자’의 대결로 갈등 구조를 재편했다. 그는 중도 혁신주의의 기수를 자처하면서 정치·사회 및 문화 부문 공약에 진보적인 좌파의 수사를 동원했고, 경제·통상 정책에는 합리적인 우파의 언어를 차용했다.

마크롱의 행보는 새로운 것을 원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화당·사회당에 지치고 극좌·극우 세력에 동조할 생각 역시 없었던 유권자들이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마크롱의 부상이 서서히 세력을 넓혀가던 극우와 극좌 정당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그러나 앙마르슈가 공화당이나 사회당처럼 정치권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대선 득표율은 66%였으나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지지율은 43%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이 제1야당으로 성장했다. 오성운동은 그릴로의 인기를 앞세워 인지도를 끌어올린 뒤 정치인들의 부패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기성 정치에 질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오성운동은 지난해 6월 로마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킨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로마 인근의 도시 오스티아에서 실시된 시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우파연합을 눌렀다. 이탈리아 정당 중 최고 지지율을 누리고 있는 오성운동은 내년 3월 총선에서도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자유당이 지난 10월 총선에서 3위에 올랐다. 기성 정당인 사민당과 국민당에 등 돌린 유권자들을 흡수했다. 자유당은 1당인 국민당과 지난 16일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연정에 참여한 건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에서도 지난 9월 총선 결과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과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지만 각각 1949년, 1933년 이후 최악의 득표율이었다. 기성 정치의 독점적 구조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그 틈을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비집고 들어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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