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지현도 받은 北 보위성 전화.."가족 내세워 납치"

장훈경 기자 2017. 12. 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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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자들의 잇단 재입북 배경에는 국가보위성이 있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보위성이 탈북자들의 가족이나 친척들을 이용해 유인 납치 공작을 한다는 건데 재입북한 임지현 씨도 한국을 떠나기 전 북한의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장훈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4월 임지현 씨가 떠난 뒤 숙소에 남은 흔적들은 임 씨가 황급히 떠나긴 했지만 남한 생활을 정리하려 했다는 정황을 보여줍니다.

[임지현 씨 숙소 관계자 : 옷가지 막 널리고 이런 거 있잖아요. 정리 안 되고. 전혀 없으니까요, 귀중품은 (다 가져가고 없었어요.)]

임 씨는 북한 방송에서 부모가 보고 싶어 스스로 돌아갔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유인 공작 때문에 재입북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임 씨의 재입북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하나원 동기 같은 임 씨의 지인들은 "지난해 초부터 임 씨가 북한 보위성의 회유,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탈북자 B : 중국까지만 와라, 처벌을 안 해주겠단다. 그러니 거기서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임지현도 그래서 넘어간 거예요, 대낮에.]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체제 수호 업무를 맡은 보위성이 주로 가족과 친척을 내세워 유인 공작을 한다고 말합니다.

가족이나 친지를 사칭해서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까지 와 있으니 중국으로 와서 데려가 달라는 식의 전화가 탈북자들에게 부쩍 자주 온다는 겁니다.

[탈북자 A : 동생 목소리가 완전 가냘프거든요. 빨리 (중국으로) 와서 데리고 가 달라. 제가 그렇게 세 번 받아봤습니다. 단둘이 아는 그런 비밀을 얘기합니다. 다음에 (북한에 있는) 가족한테서 전화 왔는데 그런 전화한 적 없다고.]

북한에서 진짜 가족, 친지의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통상 도청 때문에 1분 이상 못하는 국제전화 통화가 시간 제약 없이 이어지면 틀림없이 뒤에 보위성이 있다는 겁니다.

['야, 사람 온다. 끊어, 끊어.' 이렇게 다급하고 목소리도 막 떨리는데. (보위성 전화로) 말할 때는 (상대방이) 덤덤합니다.]

정부가 납북된 걸로 판단하는 박 모 씨도 중국에 사는 이모를 찾아갔다가 연락이 끊겼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김정은 체제의 우월성도 확보하고, 더 나아가서 탈북자들도 통제하고 그런 차원에서.]

북한 탈출을 억제하고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의 동요를 노리는 북한의 재입북 공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거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장훈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북한에서 전화를 걸어 유인 공작을 한다는 건 탈북자들 개인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먼저 지난 10월 북한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재입북자 영상부터 보시죠.

[주옥순/재입북자 : 남조선은 인간 생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조국에서는 탈북자들이 하고 있는 나쁜 짓을 낱낱이 다 알고 있다. 주시해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이 "낱낱이 알고 있다" 인데요, 탈북자들에게 당신들 정보 다 알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앵커>

탈북자 개인 정보를 어떻게 구하는 거죠?

<기자>

우선 재입북자 휴대전화를 통해 탈북자 연락처를 구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반드시 거치는 하나원의 기수별 명단과 전화번호도 상당수 확보한 걸로 파악됐는데요, 통일부 공무원이 탈북자 개인정보를 브로커에게 팔아넘긴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탈북자 정착이 통일부 핵심 사업인데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겠는데요?

<기자>

쉽진 않은 일입니다.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어디로 오가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안 되고 외국으로 출국하는 걸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다시 북한으로 가고 싶어 할 이유,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 차별을 줄이는 게 근본적 해법이겠지만 당장 북한 보위성 전화를 받으면 신고할 센터도 만들고 탈북자 개인 정보가 새는 걸 막는 일은 실효성 있게 진행해야 할 걸로 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진원,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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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경 기자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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