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티브 X, 이번엔 퇴장될까..朴 이어 文대통령도 "액티브X 없애라"

신현규,오수현,유태양 2017. 12.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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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초기 의무화된 보안수단 지나친 인증절차로 불편만 초래
朴정부서 대체 추진했지만 외국인들 사용 어려워 허탕
文 "공공사이트부터 없앨것" 시스템 교체 예산 확보가 문제

인터넷 규제전봇대의 상징 25년 끈질긴 운명, 어디로

"인터넷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든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하고 공인인증서를 요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특이한 규제입니다. 천송이 코트를 중국 사람들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것이 '액티브X' 때문입니다. '액티브X'를 액티브하게 X쳐야 합니다."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승철 당시 전경련 부회장이 호기롭게 마이크를 잡았다. 이때부터 액티브X는 정부가 민간의 혁신적 시도를 숨도 못 쉬게 억누르는 규제의 상징이 됐다. 1992년 전자서명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액티브X를 의무화하면서 민간에선 액티브X가 없으면 본인 확인도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증 같은 다양한 생체인증 수단을 내놨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허용하는 방식만 인정받고 그 외에는 모두 금지되는, 이른바 악성 규제의 대표적 사례였다. 세간에서는 '악(惡)티브X'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급기야 액티브X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4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액티브X는 아직까지도 사람들 삶을 지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세청, 민원24 등 사이트에서 업무를 보려면 액티브X의 관문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전히 이들 사이트는 크롬(구글)이나 에지(MS), 웨일(네이버)과 같은 웹브라우저가 아니라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야 한다.

지난 정부는 이 때문에 액티브X가 아니라 'exe' 파일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보안 인증을 바꿔왔다. 이 방식대로 하면 창이 닫히는 일도 없고,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보안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 또한 보안 인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전히 불편하고, 여전히 외국인들은 사용하기 어렵고, 여전히 정부가 규정하지 않는 다른 방식의 보안 인증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액티브X 폐지 정책은 IT 업계를 중심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의 액티브X 폐지 정책은 어떻게 달라질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올해 3월 구로구 G-밸리에서 "공공기관 사이트부터 액티브X와 플러그인을 폐지하겠다"며 "다양한 인증 방식이 경쟁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18일에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에게서 액티브X 제거 추진 계획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공공 웹사이트 액티브X뿐만 아니라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노 플러그인을 정책 목표로 공인인증서 법제도 개선, 행정절차 변경 등을 2018년 내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정책 목표는 공공부문에서 액티브X와 플러그인을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내년 초 연말정산 때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부터 액티브X를 제거할 계획이다. 인터넷 민원24 사이트도 공인인증서 사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5년 6월 기준으로 공공 분야에서 4460개 홈페이지에 9920개 액티브X가 있었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1411개 홈페이지에 2780개 액티브X가 남아 있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예산이 있어야 해당 공공기관이 액티브X를 써서 공인인증을 하던 시스템에서 액티브X를 쓰지 않고도 공인인증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데 예산이 나오지 않아서 바꾸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결제나 서명 등을 위한 공인인증은 남겨두더라도, 본인 확인을 할 때까지 공인인증을 하라고 하는 경우는 반드시 없애 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정책 방향을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액티브X 사용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공공기관에서 사용량을 줄여서라기보다는 대체 기술이 발달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공인인증이 아닌 다른 인증 방식들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액티브X 사용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는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100대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44곳이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사용 비율이 10%대로 떨어졌다.

[신현규 기자 / 오수현 기자 / 유태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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