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누명 벗었지만 이미 망가진 삶

2017. 12. 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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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무고는 '속일 무'와 '고할 고'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없는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고소 혹은 고발까지 한 경우를 말합니다.

최근 김광석 씨의 아내 서해순 씨가 딸 살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기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죠. 무고는 누명을 벗어도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면에서 최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주현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1-1]
최 기자, 굉장히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었죠.

2009년 경찰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한 남성과 실랑이를 벌이던 경찰이 갑자기 팔을 비틀리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는데요. 결국 경찰은 이 남성을 체포합니다.

남성은 음주단속에 관한 경찰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이 남성은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법정 다툼을 시작했습니다.

[질문2]
이 남성을 최 기자가 만나봤다면서요?

네, 억울한 상황에 처했던 이 남성, 55살 박철 씨인데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안 좋았습니다.

첫 재판 당시 재판부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폭력이 맞다며 박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박 씨의 아내가 남편이 폭행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위증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위증죄 재판에서 박 씨가 폭행 혐의를 다시 부인했고, 역시 위증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질문 2_2] 결백함을 주장하다 부부가 모두 위증죄로까지 처벌받게 된 거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사건이 반전을 맞게 된 건가요?

네, 국과수가 해당 영상에 대해 박 씨가 경찰의 팔을 비틀었다고 보기 힘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8월 열린 박 씨의 위증 재판 항소심에서 박 씨가 무죄를 받았는데요.

그리고 지난달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심에서 박 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역시 무죄를 받게 됩니다. 무려 8년 4개월 만에 결백을 입증한 겁니다.

[질문2-3]
8년 4개월의 시간. 결백을 입증받은 박 씨의 심정은 어떻던가요.

네, 누명을 벗게돼 마음고생을 덜었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박 씨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철 / 무고 피해자]
"동네 사람들이 다 범법자로 보는데 허망하고 허탈할 거죠. …치밀어 오르는 분노. 그걸로 세월을 8~9년을 보냈다는 게 슬퍼요."

사실 박 씨는 일찍이 귀농을 꿈꾸고 있었는데요.

몇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귀농은 일찍이 포기하고, 일용직 근로자로 전전하다 최근에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박 씨 아내의 경우 26년간 일했던 교직을 떠나 공장을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백을 입증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겁니다.

[질문3]
이렇게 정말 인생이 망가졌는데 해당 경찰관은 어떤 입장입니까?

이 경찰관, 충북의 한 경찰서에 재직중인데요. 자신은 여전히 결백하고 박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재심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질문4]
박 씨같이 무고로 고생하는 경우가 실제로 얼마나 되나요.

네, 대검찰청 조사 결과 무고죄로 상대방을 고소하는 건수는 최근 3년간 9천 건 안팎에 달합니다.

그런데 재판에 넘겨지는 기소율은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설사 재판을 받더라도 무고사범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납니다.

[질문5]
이런 무고가 남발되는 사회. 심각한 것 같습니다.

무고 입증도 어렵고 처벌은 가벼운 시점에서 무고를 막기 위해 엄벌주의를 체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고소과정에서 무고가 걸러지기 위해 수사기관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주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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