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또 공부해야할 줄이야.." 생존위해 책과 씨름하는 5060

입력 2017. 12. 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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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시험공부는 젊을 때만 하는 건 줄 알았지. 내가 다시 문제풀이 수험서랑 씨름할 줄 알았겠나."

서울 영등포구 양천도서관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한 씨의 나이는 55세이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중인 김모(60) 씨의 책상에는 두꺼운 책들과 복잡한 문제풀이 식으로 가득 찬 연습장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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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취업 위해 스펙 쌓는 중장년층 늘어
- 좀 더 나은 일자리 위해 자격증은 필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세상에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시험공부는 젊을 때만 하는 건 줄 알았지. 내가 다시 문제풀이 수험서랑 씨름할 줄 알았겠나.”

서울 영등포구 양천도서관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한 씨의 나이는 55세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한지 2년이 넘었다. 4년 전 아파트 관리소장일을 하기 위해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땄지만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금은 방향을 틀어 공인중개사를 준비 중이다.

5060대 수험생들이 재취업을 위해 책과 씨름 하고 있는 모습.

고3 수험생이나 취업준비하는 대학생들만 주로 찾았던 도서관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양천도서관에는 노후를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는 5060 수험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도서관 4층 열람실 200석 중 20석은 5060대가 차지했다.

그들이 두꺼운 책과 씨름 하는 이유는 ‘스펙’ 때문이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중인 김모(60) 씨의 책상에는 두꺼운 책들과 복잡한 문제풀이 식으로 가득 찬 연습장이 놓여있다. 바로 옆엔 토익 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수험생이 앉아있었다. 그는 “재취업할 때 자격증이 있어야 1%라도 확률을 높일 수 있어서 준비하고 있다”며 “이 나이에 공부하는 것은 몇 배 힘들다. 3월이 시험인데 자꾸 까먹는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다른 일자리를 놔두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전기기사 자격증으로 준비하는 김모(60) 씨의 책.

통계청의 55세~64세 중ㆍ장년들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 중 재취업자의 임시 일용직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장년층 재취업자가 주로 단순 노무직 단순 생산직에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고위 임원직 전문가 비율은 2%가 채 안 된다. 처우도 열악하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건물 관리인의 월급은 평균 130만원으로 노후를 준비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 간병인을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58) 씨는 “지금이라도 자식들에게 폐 안 끼치려고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는데 일자리 질이 다 떨어져 자격증이 있는 직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늦은 나이에 절박한 마음으로 책과 씨름하는 심정이 부끄럽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누군가는 노후 준비 안하고 뭐했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자식들 대학 보내고 결혼준비까지 도와주고 나니 이 나이가 됐어요. 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소설이나 신문 보면서 지내면 좋겠죠. 그런데 열심히 살지 않아서 이렇게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 나이의 수험생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성근(28세) 씨는 “옆에서 부동산 자격증 준비하는 50대 중반 아저씨를 봤다. 우리 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젊은 나도 취업 준비하는 과정이 힘든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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