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체크]文대통령의 '中 혼밥 홀대론'

최경민 기자 2017. 12. 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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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혼밥, 과거 비해 큰 문제 아냐..홀대론, 전면 내세울 정도인지는 의문

또 '홀대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겪었던 '호남 홀대론'에 이어, 이제는 '중국 홀대론'에 시달린다. "호남을 홀대한다"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중국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중국 홀대론'의 두 축으로는 문 대통령이 중국 일정 동안 거의 '혼밥'을 먹었다는 점, 그리고 문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당시 중국 측이 의전에 소홀했다는 점이 꼽힌다.

【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식당에서 유탸오와 더우장(중국식 두유)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유타오는 밀가루를 막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으로 더우장(중국식 두유)에 적셔서 먹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중 하나다. 2017.12.14.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文대통령 '혼밥'이 홀대?…무리수='혼밥'이 중국 측 홀대의 증거라는 주장의 중심에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 10끼 중 2끼만 중국 지도부와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찬, 16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을 가졌다. 두 일정 외에 중국 측 인사와 식사 자리는 없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같은 3박4일 일정의 국빈방중을 했는데 중국 지도부와 식사는 3차례(시진핑·리커창·자오정융)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문 대통령처럼 '혼밥'을 하거나 교민·경제인들과 식사했다. 문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비해 리커창 총리와 식사자리 하나를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중국의 '2인자' 리 총리와의 식사자리를 세팅하지 못한 게 큰 일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리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가졌다. 회담시간은 기존 예상(40분) 대비 20분 늘어난 60분에 달했다. 리 총리로부터 '사드 보복' 해제 조치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회담이 빈 손에 그쳤으면 식사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게 '홀대'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회담은 내용적으로 부족한 게 없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불과 한 달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 총리와 만났었다. 두 달 연속으로 회담이 성사된 상황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식사를 하는 등 내실을 꾀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2인자'이지만 시 주석 체제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천 당서기는 '포스트 시진핑'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이 식사자리를 가졌던 자오정융 전 산시성 서기와 비교해도 그 위상이 분명 높다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혼밥'의 또 다른 사례로는 지난 14일 베이징 서민 식당에서의 식사가 꼽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중국까지 불려가서 동네 식당에서 두 끼 연속으로 혼밥이나 먹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일정의 경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일정이었다. 서민 식당에서 중국식 아침식사를 하며 중국인들의 정서에 '러브콜'을 보내기 위한 의도였다. '소프트파워'를 앞세운 외교 전략의 일종이었던 셈이다. 실제 현지에서 가장 문 대통령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장면이기도 했다. 중국 주요 언론 및 포털에 중국식 식사를 하던 문 대통령의 모습이 도배가 되며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13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2017.12.13.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의전 미흡한 점 있지만…부각시킬 정도는 아냐=문 대통령이 13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을 때, 차관보급인 쿵쉬안유 부장조리가 영접을 나온 게 '홀대론'의 시작이었다. 차관급(부부장) 인사가 영접하는 중국 국빈방문 의전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일견 '홀대'로 보일 수 있지만 쿵 부장조리는 최근 우다웨이 전 부부장이 은퇴한 후 부부장 대행으로 활약하고 있다. 없는 부부장이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홀대론'의 근거는 문 대통령이 도착한 지난 13일 시 주석이 베이징을 비우고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난징대학살이 중국에서 갖는 의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일제가 대량학살과 강간, 방화 등을 저지른 사건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가슴아파하는 사건으로, 추모일은 거의 국가적 제사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의 공식 국빈맞이 행사는 14일에 예정된 만큼, 시 주석이 국가적 기념일을 위해 베이징을 비웠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기자 폭행' 사건도 홀대론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을 근접 취재하던 기자가 중국인 경호인력들에게 집단 구타 당하는 일이 일어났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외교적 참사"라며 홀대론을 밀어붙였다. 안타까운 사건이고, 철저한 조사 후 책임여부를 가려야 하는 사건이며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중국 측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기자 폭행=문재인 홀대론'의 공식까지 나가기에는 비약이 있다. 누군가의 기획이 아닌 우발적인 사건이었고, 중국 측의 '막무가내'식 경호는 원체 악명이 높기도 하다. 지나치게 고압적인 중국 측 의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할 일이지 문 대통령을 홀대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분명 중국 측의 의전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공석인 부부장 대신 부장조리가 영접을 하기 보다 장관급인 외교부장이 공항에 나왔다,면 시 주석이 그래도 베이징에 머물렀더라면, 기자 폭행 건에 대해 중국 측이 확실한 유감표명과 신속한 조사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그 정도로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돌아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배치된 사드로 인해 최악의 관계를 이제 풀기 위한 시점이었다. 치열한 협상을 앞두고 우리 측을 압박하기 위해 '2% 부족한' 의전과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와 아쉬움은 있었지만 '홀대론'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측은 원체 '의전' 방면에서 까칠한 나라이기도 하다. 심지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홀대론'을 겪었을 정도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2016년 중국 항저우를 찾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용기에 이동식 계단도 마련되지 않았었다. 백악관 기자들의 공항 환영행사 취재도 불허한 바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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